엄마 안마해주는 아이

아이 덕분에 매일 힘이 난다

by 행복수집가

저녁에 설거지감이 많은 날이었다.


아이는 밥을 다 먹고 곧바로 나와 놀 거라며 놀자고 했다. 나는 수지에게 엄마 설거지 해야 해서 설거지하고 놀자고 좀 기다려주라고 했다. 고맙게도 수지는 알겠다고 하고, 나를 얌전히 기다렸다.


설거지가 많아서 시간이 좀 걸렸다. (다음에 이사 가면 반드시 식세기를 사리라!)


나를 기다리던 수지는 심심했는지, 엄마 설거지 하는 거 볼 거라며 의자를 내 옆에 놓고 올라서서 설거지하는 걸 구경했다. 설거지를 하고 건조대에 올려놓으면 ‘이건 엄마 꺼, 이건 수지 꺼’ 하며 구분도 하고 넘어진 컵을 바로 세워주기도 하며 나를 보조했다.


옆에서 쫑알쫑알 말하는 수지의 목소리를 노동요 삼아 힘내서 많은 설거지를 무사히 끝냈다.

그런데 설거지를 다 하고 나니 쓰레기통이 꽉 찬 게 보였다. 그걸 봤는데 모르는 채 할 수 없었다.


수지가 아까부터 날 기다리고 있었지만 일단 쓰레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얼른 쓰레기를 노란 봉투에 넣고 정리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기한이 지난 음식들과 야채들이 눈에 거슬렸다.


그동안 치워야지 생각만 했는데 설거지를 많이 해서 집안일에 발동이 걸린 이 날, 다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그래서 냉장고 안에 정리해야 할 것들을 다 꺼내서 비우고 씻고 버렸다.


그러는 동안 수지는 ‘엄마는 언제 오지’ 라며 중얼거렸다. 날 기다리는 아이에게 미안하면서도 떼쓰지 않고 기다려주는 게 고마웠다.


'수지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엄마 지금 마음이 일어났을 때 해야 해'라고 속으로 말하고 얼른 후다닥 정리를 했다. 다 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그제야 수지 옆에 갔다.

"수지야 이제 놀자" 하고 옆에 앉았는데 이리저리 집안일을 했더니 허리가 아팠다.


"수지야 엄마 설거지를 너무 많이 해서 허리가 아파"


수지는 내 말을 듣고 "아, 생각났다!" 하더니 내 어깨를 조물조물 주물러 줬다. 수지가 생각난 것은 허리가 아플 때 안마를 해주는 것이었나 보다.


작은 손으로 조물조물하는 손길이 어찌나 야무진지, 너무 귀여웠다.


안마 효과는 전혀 없었지만 엄마가 허리 아프다는 말에 안마를 해주는 수지의 마음이 내 마음의 피로와 긴장을 말랑말랑하게 다 풀어버렸다.


수지는 내 허리도 통통 두드려줬다. 그 손길이 너무 좋았다. 아팠던 허리가 아이의 손이 닿으니 정말 통증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마음이 행복했다.


아이의 귀여운 안마를 받으면서 '이 맛에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는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내 등을 두드려주고 어깨를 주물러줬다.

수지가 힘들까 봐 내가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했더니

"엄마 이제 안 아파?"라고 물어봐서

“응 이제 안 아파.”라고 말했다.

내가 안 아프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수지는 안마하던 손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수지가 아까부터 기다린 놀이를 할 수 있었다.


마사지까지 다 받고 나니 어느새 수지가 자야 할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고, 수지가 나랑 놀기 위해 기다린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짧았다. 그래도 수지가 노는 동안 좋아해 줬다. 정말 고맙고 이뻤다.


수지는 집안일하느라 노는 걸 미룬 엄마에게, 엄마 힘들다고 안마까지 해준다. 진짜 나의 천사다. 이런 아이가 있어서 어떤 피곤한 하루를 보내도 늘 힘이 난다.


그래도 아이를 매 번 기다리게 할 순 없다.

이쁜 천사 같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아낌없이 내 마음과 시간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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