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이쁜 마음에 매일 힘을 얻습니다
남편은 근무 가고 아이와 둘이 보내는 주말이었다. 수지는 주말인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6시에 일어나서 나를 깨웠고, 난 더 버티며 자고 싶었지만 옆에서 계속 배고프다고 일어나라고 쫑알대는 수지 때문에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전 일찍 산책할 겸 수지와 밖으로 나갔다. 그 시간이 8시 30분이었다. 편의점 가서 나 필요한 것도 사고, 수지가 요즘 매일 빠지지 않고 보는 마트 앞 양말 신은 다리 마네킹을 보러 갔다. 수지가 요즘 다리 마네킹에 빠져서 매일 보러 간다. 우리 수지는 그 마네킹 보는 게 너무 좋단다.
아이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마네킹을 보러 가자고 한다. 오늘 오전 마트 오픈 시간 전에 가서, 안에서 직원분들이 정리를 하고 계셨는데 그 앞에서 수지는 마네킹을 보고 있었다.
안에 있던 직원분이 우리를 보고 아직 문 안 열었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저희 애가 이거 마네킹 보고 싶다고 해서 왔어요” 하니 웃으시며 “보고 가세요”라고 하셨다.
우리 수지의 하루에 마네킹을 보는 즐거움이 추가 됐다. 그리고 나는 마네킹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귀여운 수지를 보는 즐거움이 하나 더 생겼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마네킹 보는 걸 더 좋아한다. 그래서 난 요즘 이 마네킹에 한없이 감사하다. 마트에서 1년 365일 매일 양말을 팔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마네킹 구경을 한참 하고 나서, 마트 옆에 작은 놀이터에 갔다. 이른 시간이라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고, 우리 수지 세상이었다. 수지는 거기서 미끄럼틀을 타고, 나는 그 옆에 앉아서 타는 작은 기구에 앉아서 수지를 보고 있었는데, 수지가 날 태워준다고 흔들어주었다.
사실 내가 내 힘으로 앞뒤로 흔들긴 했지만, 수지가 흔들어줘서 흔들리는 것처럼 시늉을 하니, 수지가 즐거워하며 “더 세게 해 줄까?” 한다. 그래서 내가 “수지야 너무 세~”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나의 그 모습에 아이가 까르르 웃으며 즐거워한다.
오늘 하늘엔 구름이 잔뜩 껴있었고, 맑지는 않았지만 선선하기도 하고, 비도 많이 오진 않았는데 보슬비 같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다. 오전에 수지와 놀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집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 점심 먹고 수지 낮잠 자고 나서 오후에 다시 나왔다.
그땐 비가 오지 않는 상태였다. 수지와 같이 또 산책을 하는데, 수지가 고개를 들어 나무를 보더니 “비가 나무에 멈췄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너무 시적이었다. 아이의 시각으로 보고 표현하는 그 말이 너무 이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나무에 멈추다니. 그래서 내가 “ 우와 수지야 그 말 너무 멋있다.”라고 말했다. 아이 입에서 나온 말로 이쁜 표현을 하나 마음에 담아둔다.
그리고 수지가 하늘을 보더니, “하늘이 엄마 같아”라고 말했다. 내가 오전에 산책하다가 잠깐 날이 개서,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수지야 하늘이 너무 이뻐, 수지 같아”라고 말했었다. 그땐 수지가 별 반응 하지 않았는데, 오후에 같이 나갔을 때 수지가 하늘을 보며 “하늘이 엄마 같아”라고 하는 말을 듣고는, 내가 한 표현을 아이가 그대로 이쁘게 쓰는구나 하는 마음에 몽글몽글한 행복감이 들었다.
수지는 오늘 아름답다는 말도 했다. 이쁘다, 좋다, 귀엽다 이런 말들은 이제 수지도 자주 하는 말인데, ‘아름다워’ 란 말을 쓰는 아이를 보며, 아름다운 말을 쓰는 입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너무나 와닿았다.
그리고 아름답다는 말은 말로 하기보다, 글에 더 잘 쓰이는 표현 같기도 하다. 그런데 말로 아름답다를 들으니, 아이가 느끼는 그 아름다움이 내 마음에 더 깊게 와닿는 느낌이었다.
오늘 아이와 산책을 3번 다녀왔다. 그 여파로 저녁엔 몸이 너무 피곤하고, 다리도 너무 아파서 저녁식사 설거지를 다 하고 난 후에 소파에 쓰러져 누워 있었다. 하루를 보내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아이를 혼자 하루종일 보며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게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이다.
하지만 비록 몸은 피곤할지라도, 오늘 아이가 들려준 아름다운 말과, 이쁜 마음이 나에게 힘을 가득 실어준다. 수지가 넣어주는 힘으로 오늘 하루도 감사히 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