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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Sep 17. 2024

아이를 등에 업고 집에 가던 날

아이를 업고 갈 수 있어 행복했던 마음

지금 9월 중순인데도 낮 온도는 30도를 넘어선다.

아직도 여름이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길다.


더위에 장사 없다고, 늘 에너지가 넘치는 내 아이도 이 무더위에 지쳐한다.


수지는 하원하고 나면 항상 놀이터에서 노는데 이 날도 참 더웠다.

습하고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났다.

나는 손수건으로 계속 흐르는 땀을 닦았고, 땀 흘리며 노는 수지의 땀도 닦아 주었다.


그러다 도저히 더워서 안 되겠다 싶어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수지가 나에게 업어달라고 했다.


이 날 수지가 더위에 많이 힘들었나 보다.

그런데 내 손에 가방이 세 개나 들려 있었고 수지를 업어줄 손이 없었다.


“수지야 엄마가 지금 짐이 많아서 수지를 업어줄 수가 없어. 걸어가자.”


그래도 수지는 업어달라고 몇 번을 더 보챘다.


마음은 너무 업어주고 싶었는데, 짐 세 개를 들고 수지를 업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 보채는 수지를 겨우 달래고 집 근처까지 걸어갔다.


그런데 걷는 내내 업어달라는 수지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집 앞에 거의 다 왔을 때쯤 몇 걸음 남지 않은 거리에서  “수지야 업어줄까?”라고 물어봤다.


수지는 바로 “응!”이라고 했다.


손에 든 짐이 조금 무겁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등에 업힌 수지는 가볍게 느껴졌다. 아직은 내 아이를 업을 힘은 충분하구나 싶어 다행이었다.


업고 걸어가면서 수지에게 좋으냐고 물어보니 수지가 좋다고 했다. 좋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나에게 편하게 몸을 기댄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땀이 나고, 덥고, 짐이 무거워도 아이를 업고 가는 길이 행복했다.


아이가 내게 기댈 수 있다는 것, 아이가 힘들 때 내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내 마음에 힘을 줬다.


손에 짐은 무거워도 마음은 가벼웠다.


오랜만에 아이를 등에 업고 집으로 걸어가던 이 날의 행복한 여운이 마음에 오래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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