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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Sep 18. 2024

둘째 계획에 대한 생각

선물을 기다리는 마음

내 아이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릴 때 같이 내리는 친구가 있는데 꼭 그 친구랑 놀고 집에 들어간다.


그 친구에게는 쌍둥이 동생이 두 명 있다.


매일 같은 데서 등하원을 하다 보니 그 친구의 쌍둥이 동생들도 나와 수지를 자주 보며 익숙해져서 많이 친해졌다.


수지도 이 쌍둥이 아기들을 많이 좋아하고 잘 챙겨준다.


오히려 쌍둥이들의 친언니인 친구는 집에서 매일 보는 동생들이라 그런지 시큰둥한데 밖에서는 수지가 쌍둥이 아기들을 정성껏 챙긴다.


한 번은 더운 날 놀이터에서 노는데 쌍둥이들이 유모차에 앉아서 언니들 노는 걸 구경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아기들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만지며 ‘아이고, 아기들도 덥구나, 어떡해’라고 말하며 바라봤다.


그때 그네를 타고 놀던 수지가 갑자기 내리더니 아기들 앞에 와서 손에 들고 있던 색종이로 아기들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아기들을 봐주고 계시던 돌봄 선생님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어머나, 애기들 덥다고 부채질해주는 거야? 수지야 너는 동생 있으면 정말 잘해주겠다.“ 고 말씀하셨다.


수지는 옆에서 선생님이 뭐라고 하든 아기들 부채질해주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 모습에 나도 조금 놀랐다.

아기들을 챙겨주는 모습에 감동받기도 했고, 참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돌봄 선생님이 수지에게 동생 있으면 정말 잘해주겠다는 말은 나에게 ‘수지 동생 낳아주세요’라는 소리로 들렸다. 그 속 뜻도 있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 본다.




이 글을 빌어 말하자면, 나도 수지 동생이 있었으면 한다. 하나보단 둘이 좋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수지가 친구의 쌍둥이 동생들을 챙기고 보살피는 걸 보며 더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한다. 정말 얼마나 지극정성으로 돌보는지.


수지가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손을 잡고 천천히 같이 걸어줄 때, 아기가 걷다가 넘어지면 조심스럽게 일으켜주며 옷을 털어주는 걸 보고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고 이뻤다.

남의 아이랑 있는 것도 저렇게 이쁜데 진짜 친동생과 같이 있으면 얼마나 이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둘째 아이를 갖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인생이 계획대로 다 되지 않는 거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우리 수지에게 온 사랑주며 수지와 보내는 날들에 집중해야지. 지금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보내다가 어느 순간 수지 동생이 선물처럼 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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