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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Sep 24. 2024

온가족이 힘을 합친 동생의 이삿날

가족들의 사랑과 온기를 담고 온 날

내 남동생은 세종시에서 혼자 살고 있다.

세종시와 본가인 진주는 거리가 좀 멀지만, 동생이 주말에 본가에 자주 내려오는 편이라 그래도 얼굴은 종종 볼 수 있다. 주말에 세종에서 혼자 편하게 쉴 법도 한데,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3시간 넘게 대중교통을 타고 본가에 와서 쉰다.


그리고 다시 세종으로 올라갈 때는 일요일날 가장 늦게 있는 막차를 타고 올라간다.


본가에 있는 동안엔 최대한 꽉 채워서 있다 간다.

그런 동생을 보며 대단하다 싶기도 하고, 피곤할까봐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오래 있다 가니 좋았다.


멀어서 오고 가는게 힘들텐데도 자주 오는 동생을 보며 그 이유에 대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세종집에는 없는 식구들의 온기가 있으니까.

가족들의 온기를 느끼며 마음을 충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남동생은 자기 앞가림을 누구보다 잘하고 있는 성인이지만, 그래도 식구들이 있는 집을 가장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걸 보면 그저 막내아들이다.


남동생이 세종에서 아는 사람이라곤 회사 사람들뿐인데, 직장 동료들이 주는 관심 말고 정말 자기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가족들이 있는 본가의 사랑과 정이 항상 그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혼자 있어서 외롭지 않냐고 물어보면 자기는 혼자 있는 시간에 여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집안에만 있어도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이 잘 간다면서, 자기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동생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난 지금도 행복해'라고 말하는 동생의 얼굴을 보며 빈말이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혼자 있어도 잘 지내는구나 싶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동생은 이번 추석이 지나고 이사를 했다.

원래 살던 집에 계약기간이 다 돼서 직장과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방을 구해서 간다고 했다.


원룸에 살았던지라 짐도 별로 없고 간소해서 이사 업체는 부르지 않고, 우리 친정 식구들이 세종으로 가서 이사를 도와주기로 했다. 나는 아이가 있어 가지 못했고 우리 부모님과 여동생이 갔다.


우리 식구들은 2박 3일 동안 세종에 있는 동생집에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이사를 다 하고 나서는 여동생이 사진과 영상으로 상황 보고를 해주었다.

네 식구가 힘을 합쳐 열심히 청소도 하고, 정리도 하고 나니 집이 깨끗해졌다.


이사 마무리를 다 하고 카페, 공원, 박물관 등 세종시에서 구경할만한 곳은 다 가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만 봐도 가족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빗속을 다정히 걸어가는 엄마와 아들


그동안엔 남동생이 늘 본가로 내려왔는데 이번엔 식구들이 동생이 있는 집에 같이 있는 걸 보니 느낌이 또 달랐다.


늘 동생 혼자 있던 집에 식구들이 그 공간을 빈틈없이 가득 채워주었다.

그리고 공간만 채워진 게 아니라, '홀로 있음'으로 인한 어쩐지 허전한 동생의 마음 한구석을 식구들이 따스한 온기로 가득 채워주었을 것이다.

 

가족들과 같이 이사도 하고, 나들이도 하고, 오순도순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그 모든 시간 속에서 남동생은 여태껏 혼자 있었던 공간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는 걸 느꼈을 것이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마음이 두둑해진 동생은 가족들이 진주로 돌아온 날 아쉬움과 고마움, 그리고 행복했음을 가득 담아 메시지를 보냈다.

남동생과 여동생의 메시지


평소에 감정 표현을 그렇게 잘하는 동생은 아닌데, 이 날은 동생이 보낸 메시지에서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한 감정을 표현한 게 느껴졌다. 사랑과 행복이 흘러넘치는 것 같은 동생의 메시지를 보며 내 마음도 참 행복했다.




막상 혼자 있을 땐 이게 빈자리인지, 허전함인지도 몰랐을 텐데 가족들이 그 자리를 가득 채우다가 집으로 오고 나니, 가족들이 가고 난 빈자리가 조금 허전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래도 같이 있는 동안 사랑만 주고받은 그 자리에는 여전히 사랑이 머물러서 동생의 마음을 따스하게 지켜줄 거라 믿는다.


'아들이 조금 더 편안했으면, 조금 더 깨끗한 곳에서 지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온 정성을 다해 청소하고 정리해 준 부모님의 사랑이 동생 집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그 손길은 사랑의 흔적으로 남아 동생이 퇴근하고 텅 빈 집에 들어와도, 집 안 곳곳에 묻어있는 사랑의 흔적이 동생의 마음을 허전하지 않게 포근하게 감싸주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가족들의 사랑과 정성의 손길이 가득 묻은 새 집에서 동생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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