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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Oct 24. 2024

이호테우 해변에서 시작한 제주 여행

제주에 오면 제일 먼저 바다부터 보기

제주도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간 곳은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 이호테우 해변이었다.

제주도를 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게 바다였다.


이전에도 몇 번 제주도에 왔는데 제주는 바다도 숲도, 산도, 하늘도 다 아름다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다였다. 육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바다의 풍경, 제주도의 동서남북에 있는 바다는 풍경과 분위기가 전부 다 다르다. 육지에서 보는 바다와는 확실히 다른 제주 바다만의 매력이 있다.


참 보고 싶었던 이 바다를 드디어 몇 년 만에 보게 되었다.


설렘을 안고 이호테우 해변으로 들어서는 순간, 광활한 바다가 우리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 같았다.

하늘과 바다가 구분가지 않는 풍경, 눈앞에 아무것도 막힌 것이 없이 저 멀리 수평선까지 보이는 풍경이 나에게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다.


바다를 보는 순간 “우와~! “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고, 우리 식구 모두 “너무 좋다!"를 외쳤다.


이 바다를 보는 순간 제주에 진짜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여기가 진짜 제주구나! 그래 이거 보려고 제주에 왔지"


바다를 보면서 여행에 대한 설렘과 행복이 더 커졌다.


수지는 해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고 싶다고 했다.

발로 직접 모래의 촉감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해변에는 신발장도 있었고, 발을 씻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다. 수지 신발은 벗어서 신발장에 잘 놔두고, 남편도 신발을 벗고 맨발로 수지와 같이 해변을 걸었다.


나는 신발을 신고 해변산책을 했다.

다른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이 바다를 보며 걷기만 해도 참 좋았다.


남편과 수지는 바다 가까이에 다가갔다.

바닷물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맨발로 부드러운 모래의 촉감을 느끼며,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는 수지가 무척 귀여웠다.


멀리서 봐도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게 느껴졌다.

수지가 좋아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이 바다를 마음껏 음미했다.


한참 바다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수지가 저 멀리서 "엄마!" 하며 나에게 뛰어 왔다.

그리고 작은 손안에 조개껍데기를 모은 걸 보여주며 "엄마 내가 조개 주웠어!"라고 자랑했다.

수지 손안에 있던 조개들도 수지처럼 작고 귀여웠다.


그리고 미역줄기 하나도 손에 들고서 "엄마 이게 미역국이래!" 라고 말하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마음이 찌릿했다.


남편은 작은 게 한 마리를 잡아서 보여주었다.

생각해 보니 바다에서 직접 게를 보는 게 생소한 일이어서 남편이 잡은 게를 보는 게 매우 신기했다.

살아있는 게가 흥미롭고 신기해서 나도 어린아이처럼 "우와 우와"를 외치며 구경했다.  


해변에서는 게들과 조개껍데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게와 조개는 아이의 친구가 되었다.

수지는 조개를 주우면서 정말 재밌어했고, 오랫동안 바다에 머물렀다.


원래 여행 첫날에 여기저기 가보려고 일정을 잡아놓긴 했는데, 수지가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원래 가려고 했던데는 다 못 가고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계획한 곳을 바쁘게 다니는 것보다 좋아하는 곳에서 오래, 여유롭게 즐기는 게 더 좋았다.


바다가 없는 곳에 사는 나는 바다를 보면 평소에는 잘 못 느낀 특별한 감동을 느낀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나는 모습,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하늘과 구분이 안 되는 바다의 푸르름, 찰싹 거리는 파도의 소리, 이 모든 게 내 마음을 편안하고 하면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준다.


이 넓은 바다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있는 그대로 그냥 받아주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내가 슬플 때도, 행복할 때도, 내 마음이 어떤 상태든 바다는 그저 묵묵히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나 보다.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우리 식구들을 넉넉하게 안아주었다. 바다의 넓은 품에서 내 아이는 한없이 즐거워했고, 나와 남편도 아무 근심 걱정 없이 그저 맑은 마음으로 이 순간을 즐겼다.


제주 여행의 시작을 바다를 보며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제일 먼저 바다로 오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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