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떤 첫 경험들을 하게 될까
춥지도 덥지도 않은 10월 가을에 우리 가족은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한 달 전부터 미리 비행기 표 예매도 해놓고 숙소도 예약하고 한 달 동안 제주도 여행의 설렘을 안고 지냈다.
여행날이 다가오자 아이에게도 우리 나중에 비행기 타고 여행 갈 거라고 말해주었다. 몇 번 여행을 다녀본 수지는 '여행'이라고 하면 '호텔 가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여행 간다는 내 말에 수지가 "비행기 타고 호텔 가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 말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난 그렇다고 했다.
수지 얼굴에 미소가 퍼지면서 좋을 때 짓는 특유의 표정을 지었다. 이때부터 수지도 여행 날을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언제 오나 싶었던 여행날이 다가왔다.
우리 세 식구 다 간절히 기다린 날이었다.
여행을 기다리는 시간도 참 즐거웠는데, 여행 가는 당일이 되니 설렘과 즐거움이 더 커졌다.
우리는 김해공항에서 오전 비행기로 출발이어서, 집에서 오전 9시에 나가야 했다.
수지는 이 날 우리 식구들 중에 제일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 거실에 나가서 창밖 날씨를 먼저 확인하더니 “오늘 비행기 타고 호텔 간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도 같이 웃었다.
기대하고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게 참 행복했다.
아이가 기대하는 만큼 즐거운 여행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온 공항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처음이었으니, 거의 5년 만에 온 공항이다.
여행을 가고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공항이 주는 설렘과 즐거운 에너지가 반가웠다. 공항 분위기는 항상 활기차고 사람들은 약간 상기되어 있다. 이 속에 있다 보면 왠지 모르게 조금 더 즐거워진다. 이런 설렘과 기대감을 느끼는 기분이 좋았다.
탑승수속을 다 마치고 검색 보안대를 통과하는데, 약간 긴장한 모습으로 보안대를 나오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공항이 처음인 수지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수지는 비행기 창가 옆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 벨트 해야 되지?" 하더니 벨트를 스스로 했다. 차만 타면 벨트를 하는 습관이 배어있어서인지, 비행기에서도 벨트를 스스로 하는 손이 매우 야무졌다.
벨트를 다 한 수지는 “엄마 비행기 안에서는 떠들면 안 되고 조용히 해야 되지?”라고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수지가 기특하고 귀여웠다.
그렇게 만만의 준비를 하고 앉아 있으니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던 순간, 빠른 속도와 큰 소리에 수지가 많이 놀라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는데 내 걱정과 달리 수지는 잘 앉아 있어 주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날며 구름사이로 들어갈 때 수지가 창밖을 보고, 다시 나를 보더니 ‘오잉 0_0?’ 하던 그 귀여운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매일 땅에서 올려다보던 하늘이었는데, 멀게만 느껴지던 하늘과 구름이 바로 자기 눈앞에 있으니 얼마나 신기하고 놀랐을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와 남편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내 아이가 처음 하늘을 날고, 구름을 가까이서 본 날.
이 첫 경험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인생은 결국 좋은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5살의 수지가 나중에 커서 지금 제주도 여행 간 걸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이때 느낀 좋은 감정들은 아이의 무의식 어딘가에 남아서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아이와 처음 비행기를 탄 경험은 나에게도 특별했다.
수지는 비행기를 탄 일이 처음이고, 난 수지와 비행기를 탄 것이 처음이다.
우리는 모두 '처음'을 경험했다. 뭐든 처음은 서툴고 부족한 게 있지만, 처음이라 더 간절하고 강렬하다.
아이와 처음 가는 제주도에서 어떤 '첫' 경험들을 할까 기다려졌다. 이 행복한 기다림을 마음에 품고 우리 세 식구의 첫 제주도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