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다
내 아이는 매일 저녁마다 다음날 유치원에 입고 갈 옷을 미리 골라둔다. 그냥 옷만 고르는 게 아니라 바닥에 옷을 가지런히 눕히고 이쁘게 코디를 한다.
이대로 매장 마네킹에 걸어도 될 만큼, 정성스레 공들여 바닥에 이쁘게 놓고는 나에게 자랑하듯 보여준다.
"엄마 내가 신기한 거 보여줄까?" 하고서는 "짜잔!" 하고 보여주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하루는 수지가 루돌프 옷을 골랐다. 이 옷은 수지가 좋아하는 옷이다. 다음날 아침이 되어 수지는 좋아하는 루돌프 옷을 입고 즐거워하며 연신 싱글싱글 웃었다.
그리고 유치원 차를 타러 가는 길에 만난 할머니가 수지를 보더니 이쁘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아이고, 이뻐라~ 얼굴도 이쁘고 옷도 이쁘네. 아이고, 머리도 이쁘네. 엄마가 수고했네. 아이고 신발도 번쩍번쩍 이쁘네. 좋겠다 엄마가 있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가득 칭찬을 받은 수지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쑥스러워서 할머니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가 대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가 수지를 보고 칭찬하시는데, 꼭 내가 칭찬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아이가 이쁘다는 칭찬을 하시며, 아이를 이쁘게 꾸며준 엄마의 수고도 알아주시는 말씀을 해주셔서 더 기분이 좋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날 아침 문득 출근을 하면서 아이를 등원시킨 지난 세월에 대해 돌아보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 출근길에 아이를 등원시킨 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수지가 돌이 지나고나서부터 어린이집을 보냈고, 나는 수지를 낳고 1년 반 만에 복직을 했다. 출근하면서 수지를 등원시킨 4년의 세월을 돌아보니 그저 감사함만 남는다.
아침에 출근준비와 등원준비로 바쁘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무사히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길엔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수지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어린이집을 가던 때는 어린아이가 엄마와 떨어져서 몇 시간 동안 선생님만 의지해야 하는 그 공간에 가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 같다. 아마 싫었을 것 같다. 그래서 한동안은 아침에 어린이집 안 간다고 울던 시기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참 아팠다.
하지만 싫어도, 울어도 어린이집에 가야만 한다는 것을 아이도 언젠가부터는 받아들인 것 같다.
한참 울던 시기가 지나고, 수지는 울지 않고 등원을 해주었는데 그때 표정은 좋지도 싫지도 않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손을 흔들면서 안녕해주었다. 왠지 그 표정에는 '엄마가 안가면 좋겠어' 라는 말이 적혀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아직 어린아이에게 싫지만 견뎌야 하는 시간의 짐을 준 것 같아 한편으론 미안했다. 그래도 아이가 묵묵히 자기 몫의 최선을 다해주는 것 같아 나도 더 힘을 냈다.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
아이도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데, 내가 불평하고 불만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내 몫의 일을 했다.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내 아이를 만날 생각을 하며.
유치원을 가는 지금은 그래도 좀 컸다고 싫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즐겁게 등원한다. 이제 친구들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친구들과 같이 노는 걸 즐길 줄 알게 된 것 같다.
아침마다 유치원 버스를 타고 손을 흔들어주는데, 밝은 수지의 얼굴을 보며 언제나 감사하고 안심된 마음으로 나도 출근을 한다.
아이가 무사히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는 걸 보고, 출근하는 길엔 항상 감사함이 내 마음에 한가득이다.
아이가 있기 전, 내 한 몸 챙겨서 출근할 때는 몸은 더 편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마음에 감사함이 있었나 싶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 때문에 할 일이 더 늘어나고 바빠지긴 했지만, 바빠서 힘든 것과는 비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매일 느낀다. 이런 감사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
아이를 키우는 단 하루도 의미 없는 날이 없고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다.
지금의 이 삶이 그저 감사하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