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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Nov 08. 2024

남편과 평일에 데이트 하려고 연차를 냅니다.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이번주 남편 쉬는 날에 나도 하루 연차를 내서 단 둘이 데이트를 했다. 자주는 못하지만 일 년에 두세 번 정도는 이런 시간을 가진다. 두세 번이 적은 것 같지만,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일 년이란 시간이 훌쩍 빨리 지나가서 일 년에 두세 번 데이트도 '꽤 자주'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이 시간은 우리 부부에게 아주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데이트 장소는 하동 금오산이었다. 지난번에 남편이 평일 쉬는 날 혼자서 금오산에 다녀왔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나와 꼭 같이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이번에 가게 되었다.


금오산은 차로 정상까지 갈 수 있어서 시간도 절약하고 편하기도 했다. 차를 타고 산을 올라가는 길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정상에 도착하기도 전인데, 이미 너무 아름다웠다.


'우와 우와' 하며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정상에서 마주한 하늘과 바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날씨도 맑고 좋아서, 이 아름다운 경치를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하늘이 내 머리 위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딛고 있는 땅보다 훨씬 아래에 보이는 바다와 산, 땅,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 유유히 바다 위를 지나가고 있는 배, 이 모든 게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땅 위에 있는 게 아닌, 꼭 하늘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천상에서 천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랄까. 이 느낌이 굉장히 강렬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정말 아름다웠다. '아름답다, 대단하다' 수없이 말해도 그 말에는 다 못 담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했다. 나는 신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곳, 저곳에서 바라보며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멋진 경치를 충분히 즐겼다.


이 날, 아이가 없이 우리 부부만 있다 보니 이 풍경을 보고 싶은 만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아이랑 좋은 곳에 오는 것도 너무 좋지만, 아이와 있으면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래 머무를 순 없다. 그런데 이 날은 우리가 보고 싶은 만큼 마음껏 보고 즐길 수 있었다.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 충분히 풍경을 보고 또 봤다.


전망대 구경을 다 하고 전망대 아래에 있는 산책로를 걸으려고 내려갔다. 우리는 산책을 하면서 계속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하늘, 바다, 구름, 단풍, 꽃, 풀 모든 게 우리에게 대화 거리를 주었다.


남편의 팔짱을 끼고 꼭 붙어 걸으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가 연인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랑 같이 오면 우리 둘 다 늘 아이를 먼저 챙겼는데, 아이 없이 둘만 오니 서로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부부가 가지는 둘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이번 데이트를 통해서 또 한 번  느꼈다. 아이가 같이 있는 것도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지만, 부부끼리 둘만 있는 시간, 잠깐이라도 데이트하는 시간이 우리의 관계를 더욱 가깝고 단단하게 해 준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최선을 다해 서로에게만 집중하려고 한다. 부부가 되고 나서도 서로에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야 따뜻한 애정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데이트를 하고 나서, 벌써 다음 데이트는 어디로 가지?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한다.


나의 행복이 남편의 행복이 되고, 남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 되는 이 특별하고 소중한 관계를 정성스럽게 지켜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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