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소리와 함께 피어나는 웃음꽃
이번에 아이 유치원 발표회를 마치고, 할머니가 수지에게 선물을 사주셨다. 수지는 선물 사러 간 쇼핑몰에서 장난감 코너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피아노를 골랐다.
그런데 집에 작은 피아노가 있어서 다른 걸 사보자고 해도, 우리 집에 피아노 마이크는 망가졌는데 이 피아노에는 마이크도 있다며 이 걸 꼭 사겠다고 했다.
수지는 평소에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는데, 원래 집에 있던 작은 피아노가 이제 자기 수준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큰 거 사고 싶다고 몇 번 말한 적이 있다. 그때는 다음에 사주겠다며 얼버무렸는데 수지는 '바로 이날이다' 싶었는지, 집에 있는 것보다 더 큰 피아노를 자기 선물로 선택했다.
금액이 꽤 비쌌지만 할머니는 오랜만에 손녀 선물 사주는 거니 괜찮다며 기꺼이 사주셨다.
피아노를 사고 집에 오자마자 남편은 조립을 하고, 수지는 조립하는 아빠 옆에 붙어서 얼른 피아노 조립이 완성되길 기다렸다. 조립이 다 되고 나니, 수지는 기뻐하며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리고 뚱땅뚱땅 피아노를 치면서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대고 노래도 부르며 매우 좋아했다.
피아노는 생각보다 꽤 컸고 근사했다. 비싼 값을 하는구나 싶었다. 원래 집에 있던 작은 피아노는 사실 저렴한, 그냥 장난감 같던 피아노였는데 그 피아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았다. 건반 소리도 진짜 피아노 소리에 가까웠고 마이크 소리도 잘 나왔다.
사고 보니 잘 샀구나 싶었다. 이날부터 수지는 매일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악보가 있는 책을 들고 와서 피아노 위 악보 놓는 곳에 놓고, 정말 악보를 볼줄 아는 것처럼 피아노를 친다. 이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수지를 보는 게 요즘 새로운 행복이 되었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다. 피아노를 배워본 적도 없는 수지가 아주 빠른 손놀림으로 진짜 피아니스트를 흉내(?) 내듯이 친다. 손만 보면 정말 피아니스트 같다.
수지가 자기 마음대로 피아노를 치는 거지만, 그 소리가 듣기 좋아 나와 남편은 진짜 피아노 연주회를 보듯 수지 옆에 앉아서 연주를 들었다.
우리 부부는, 이리저리 건반을 누르느라 바쁜 수지의 손가락을 보며 웃고, 분명 아무렇게나 치는 건데 악보를 보고 치는 것 같은 소리에 놀라서 또 웃었다. 피아노를 치는 아이를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우리 세 식구가 모여 있는 그 순간 '아 지금 너무 좋다'는 마음이 들었다.
피아노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그 시간에 각자 따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을 텐데, 피아노가 우리 세 식구를 한자리에 모아주었다. 수지는 피아노를 치면서 아빠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보라며 시키기도 하고, 수지가 피아노를 치면서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세 식구 같이 동요를 부르며 하하 호호 웃는데, 이게 행복이란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아이의 피아노 소리가 집안을 가득 채우는 게 참 좋다.
피아노 소리와 함께 온 가족의 웃음도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