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수지는 짱구 만화를 보면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출근준비를 다 한 나는 수지 등원준비를 하면서 머리를 묶어주고 있었다.
그때 마침 짱구만화에서 짱구엄마가 아이들을 태우고 운전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던 수지가 말했다.
“어? 우리 엄마는 운전 못하는데.”
“맞아, 엄마는 운전을 못해. 수지야 엄마가 운전하면 좋겠어?”
내 생각에 수지는 엄마가 운전하길 바랄 것 같았다. 다른 친구 엄마들이 운전하는 차를 몇 번 얻어 타기도 했고, ‘다른 친구 엄마들은 운전을 다 하는데 우리 엄마는 왜 못하지?’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엄마가 운전을 하면 편하다는 것을 수지도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수지는 내 생각과 다른 대답을 했다.
“아니 운전 안 해도 돼.”
난 조금 놀랐고, 감동받기도 했다.
수지가 매우 다정한 말투로 ‘운전 안 해도 된다’고 말해서 ‘엄마가 운전 못해도 난 엄마가 좋아’라는 해석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수지에게 물어봤다.
“엄마가 왜 운전 안 해도 돼?
“사고 날까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말에 난 웃음이 빵 터졌고, 방에 있던 남편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구나, 엄마가 운전하면 사고 나니까 하면 안 되는구나. 우리 수지는 정말 현명하구나. 하하하하~“
내가 웃으니 수지도 웃었다.
수지가 엄마 운전 안 해도 괜찮다는 말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 거였다. 엄마가 운전하면 사고 날까 봐.
수지가 볼 때도 엄마가 좀 어설퍼 보이나 보다.
난 희한하게 내가 운전하는 걸 본 적도 없는 주변사람들이 내가 운전하는 걸 말리기도 했다. 아니, 내가 운전을 시작한 것도 아닌데, 하기 전부터 운전을 하지 말라고 말리는 상황이라니. 내가 운전하면 큰일 날 것처럼 말이다.
이래 봬도 난 운전면허는 있다. 비록 장롱면허지만.
내가 예전에 학원에서 운전연수받을 때, 가끔 주말에 남편이 운전을 가르쳐줬는데 그때 남편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절대 운전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너무 불안하다고.‘
내가 이렇게 모두가 내 운전을 말린다고 말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에이, 너무하네. 운전은 하다 보면 느는 건데.’라고 말하지만, 그건 정말 내가 운전하는걸 본적 없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나도 나 자신이 매우 불안하니까.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운전할 생각이 없다.
운전하면 얼마나 편한지 알면서도, 차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황이 종종 생기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운전은 안 하고 싶다’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다.
(속 터지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그냥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해 주세요^^;)
뭔가 내 유전자 자체가 운전하기를 굉장히 거부하는 것 같다. 내 생존을 위해서 본능적으로 운전을 멀리하는 마음이 든다.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운전 못하는 대로 살아보려고 한다. 아직은 내 차가 없어도 살만하고, 걸어 다니는 게 좋기도 하고, 한 번씩 꼭 필요할 때 택시 타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말이다.
나와 수지의 운전 대화를 들으며 웃던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주변의 모든 사람이 내 운전을 말려. 수지도 말리는 거 봤지? 오빠, 이건 하늘이 내 운전을 막는 것 같아. 오빠는 평생 우리 가족 운전기사 하겠는데?
남편은 그저 웃기만 했다.
운명을 받아들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