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소통하는 기쁨
나는 수지가 태어나고 나서 지금까지 매일 같이 자고 있다.
수지가 말도 못 하던 아기 시절엔 아이를 재우기 위한 목적만으로 아이가 잘 때 옆에 있었는데, 말을 너무 잘하는 5살인 지금은 조금 다르다. 물론 아직은 내가 옆에 있어야 잘 자기 때문에 같이 자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수지와 잘 때 나누는 대화가 즐거워서다.
수지가 말을 잘하게 되니 참 좋다. 정말 요즘엔 못하는 말이 없다. 모든 말을 다 알아듣고, 또 자기 생각도 말로 잘 표현한다.
말을 못 하는 아가였을 때는 내가 눈치껏 수지의 행동과 소리를 듣고 수지의 원함을 알아채야 했는데 이제 언어로 소통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정말 좋다.
수지는 자기 전에 침대에서 꼭 책 한 권을 읽는다. 예전에는 내가 책을 읽어줬는데, 말을 잘하게 된 요즘은 아직 글자도 모르지만 수지가 책을 보고 소리 내서 읽는다. 난 책 읽는 수지를 가만히 바라본다. 책을 읽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수지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본다.
그리고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수지는 이 그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알게 되는 게 즐겁다. 아이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책 속 인물들의 대화는, 책에 적혀 있는 내용보다 더 흥미롭다. 자기 전에 수지의 동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말랑말랑 해지면서, 딱 잠들기 좋은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어젯밤에는 수지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수지야 사랑해."
"나도 따랑해."
"수지는 너무 소중해."
"엄마는 인형 같아."
"고마워 히히."
"나 엄마 안고 잘 거야." 하더니 팔로 내 어깨를 감쌌다.
그리고 수지가 말했다.
"내가 엄마야? 헤헤헤헤~"
수지의 말에 우리는 같이 웃었다.
자기 전에 늘 둘이 얼굴을 마주 보고 속닥속닥 사랑을 나눈다.
어떤 날은 유치원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얘기도 해주고, 또 어떤 날은 친구와 지내다가 속상했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오늘 하루 중에 생각나는 것들을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해 준다.
수지는 자기 전에 이렇게 속마음 이야기를 꺼낸다.
아이도 자기 직전에 하루동안의 긴장이 다 풀리고 마음이 더 편안해져서인지, 잠자리에서는 유독 마음 이야기를 잘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시간이 내 아이를 더 알아가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 끝에 매일 나누는 아이와의 대화는 나외 아이의 마음을 보드랍게 안아준다. 대화를 하며 때로는 같이 웃고, 때로는 위로도 하고, 응원도 한다.
5살 아이와 이런 감정 교류가 될까 싶지만, 언어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된다. 말을 잘하고 못 하고 와 상관없이 마음은 전해진다. 아이는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말로 최대한 표현한다. 그 말에서 나는 아이의 마음을 느낀다.
오늘 저녁에는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까 궁금하다.
오전에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 벌써 오늘 밤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