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여주는 행복의 비결
수지가 감기에 걸렸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단순한 콧물감기라 시럽약만 받았다. 병원을 다녀온 첫날, 수지는 약을 먹고 나서 자기가 먹은 약병을 본인이 씻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내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섰다.
나는 “엄마 설거지 다 하고 나서 수지가 해~”라고 하니까 수지가 “네에”라고 대답하고 내 옆에서 얌전히 기다렸다. 내 오른쪽에 서있는 수지 앞에 건조대가 있어, 식기류를 씻고 놔둘 때 수지가 중간에 있어 조금 불편하기도 했지만, 자기도 설거지 할 거라고 기다리고 있는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뭐라고 할 수 없었다.
내 설거지가 끝나고 수지가 자기 약병을 씻을 차례가 되었다. 내가 설거지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는데 수지는 내가 다 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얌전히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자기 차례가 되니 좋아하며 설거지를 하려고 약병을 들고 있는 손을 앞으로 뻗었다. 나는 수지손이 있는 방향에 맞춰 물을 틀어주었고, 졸졸졸 나오는 물로 약병을 씻는 수지는 매우 즐거워했다.
작은 약병을 씻는 수지를 보니 꼭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작은 약병 하나 씻는데 이렇게 즐거워하다니, 작은 것에 크게 행복해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빛나 보였다.
수지는 세상 재밌는 놀이를 하고 있는 듯 너무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표정으로 설거지를 마친 내 얼굴에 웃음꽃을 가득 피워주었다.
까르르 웃으며 작은 약병을 다 씻고 나서, 자기가 설거지를 한 게 너무 뿌듯하고 즐거운지 수지는 설거지를 다 하고 나서도 계속 해맑게 웃었다.
아이의 웃음이 이 날 저녁을 행복으로 물들였다.
별거 없는 일상인데, 아이가 있어서 매일 웃을 일이 가득 생긴다. 이것이 아이가 보여주는 행복인 것 같다.
작은 것 하나에도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하는 아이.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면 매일이 행복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가진 것으로 충분히 만족해하고, 모든 것을 가진 듯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은 언제나 행복으로 풍요롭다. 아이의 마음엔 모자람이 없이 모든 것이 가득 넘친다.
이런 아이를 보며 내 마음에도 행복이 스며든다.
매일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점점 깊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