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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작은 성취를 이뤄내는 아이

아이의 성장을 보며 나의 성장도 돌아보게 된다

by 행복수집가

아이와 보내는 주말은 아이와 하루종일 붙어서 더 자세히 보고 가까워지는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를 보면 하루하루 다르게 매일 성장한다는 게 실감이 난다. 아이의 변화가 눈에 보이고, 어제 못했던 걸 오늘 하는 걸 보면 아이는 매일 작은 성취를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수지와 집에 있으면서, 이런저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공놀이를 하게 되었다. 수지와 공놀이는 오랜만에 하는 거였다. 수지가 공을 들고 와서 하자고 해서, "그래!" 하고 공놀이를 시작했는데, 예전에 수지와 공놀이했을 땐 공을 잘 받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공놀이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수지와 공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나에게 공을 주는 것도 잘하고, 내가 주는 공을 한 번에 잘 받았다. 어찌나 잘 잡는지 신기해서, 수지가 공을 잡을 때마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엄지 척을 해주었다. 우리 수지 정말 잘한다고, 최고라고 하며, 대단하다는 리액션을 계속해주니 아이도 그게 재밌어서 까르르하며 즐거워했다.


수지도 스스로 공을 잡고 매우 만족해하고, 자기가 해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뿌듯해하는 게 느껴졌다. (아, 공은 땅에 한번 튀기고 받은 거라 한 번에 날아온 공을 바로 잡은 게 아니긴 하지만) 수지는 예전에 비해 아주 많이 발전해 있었다


이렇게 놀다 보니 아이와 하는 공놀이가 지루하지 않고, 주고받기가 잘 되니 나도 재밌었다. 어쩌다 공이 수지 얼굴에 살짝 맞거나, 손에서 미끄러지면 그게 너무 웃기는지 배꼽 잡고 웃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공놀이를 하며 같이 얼마나 웃었는지, 나의 얼굴 근육이 다 아플 정도였다.


공놀이를 하고 난 후엔 요즘에 수지가 재미 들린 엄마 머리 빗어주고 묶어주기 놀이를 했다. 수지는 아직 머리끈으로 묶어줄 능력은 안되지만, 빗으로 내 머리를 빗어주고 요리조리 머리카락을 만지고, 머리핀으로 찔러주고 싶어 한다. 가끔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기면 내가 아프다고 '아아아~' 하며 고개를 뒤로 젖히면 까르르 웃으며 아주 재밌어한다.


무얼 해도 웃음 포인트가 있다, 수지의 놀이에는.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 머리카락으로 노는데, 수지가 머리핀을 꽂아줄 거라고 했다. 37개월 아기 수지는, 똑딱 핀을 찌를 힘이 아직 없다. 어른은 아주 쉽게 힘 안 들이고도 핀을 꽂는데, 아이가 머리핀을 다루는 것은 아주 어렵고 두 손의 온 힘을 다해야만 겨우 똑딱 핀이 꽂힐까 말까 한 정도다. 그래서 수지는 내 머리에 머리핀을 꽂아주고 싶어 하지만, 잘되지 않아서 머리에 그냥 핀을 얹어놓는 정도였다 그동안은.


난 오늘도 그러겠구나 싶었다. 아무 기대하지 않고 별생각 없이 수지에게 내 머리를 내어주고 있었는데, 수지가 똑딱 핀을 내 머리에 대고는 온 힘을 주더니 핀이 머리에 꽂혔다. 나도 놀라고 수지도 놀라서, 둘 다 기뻐하며 감탄했다. 나는 “우와, 수지가 머리핀을 꽂았네! 수지가 했네!” 라며 크게 반응해 주니, 수지가 자기가 해낸 성취감을 마음껏 느끼며 환하게 웃는다.


그 후로 수지는 똑딱 핀을 내 머리에 계속 꽂았다. 한번 성공하니 감이 왔나 보다. 이전에 잘 못했는데 이제 되니까 수지도 재밌어했다.


머리핀 꽂기를 어찌나 집중해서 하는지, 한번 시작하면 될 때까지 하는 수지의 시도와 의지에 감탄했다. 뭔가 자기가 해보려고 마음먹으면 엄마 아빠의 도움받는 걸 싫어하고 끝까지 자기가 해보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그러면 그냥 도와주지 않고 내버려 둔다. 잘 안되면 안 된다고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럴 때 다시 한번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면 수지가 유심히 보다가 곧 해낸다.


이런 아이의 성장과 변화를
날마다 보고 있으면 정말 경이롭다.
한 생명이 태어나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


우리 수지는 매일 작은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계속 발전하고 성장해가고 있다. 작은 성취를 매일 이뤄내는 아이는 그저 즐겁다. 하나씩 해내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아이는 자신감이 생기고, 무엇을 해서 처음에 잘 안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될 때까지 해보다가 언젠간 해내고 만다.


이런 아이를 보며, 나도 배우는 게 많다. 아이를 보면 내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도 보이는 것 같다. 나도 내가 해내는 매일의 작은 성취에 초점을 맞추고, 꾸준히 내가 매일 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가진다. 매일 작은 성취가 모여, 큰 성취를 이루게 되는 날이 올 거라 믿으며.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내 성장에만 집중을 한다. 나의 속도대로, 내 스타일대로 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나의 경우, 매일 글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블로그, 브런치를 하고, 운동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일기를 쓰는 모든 것이 내가 매일 이뤄내는 성취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고,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는 것 또한 성취다. 당연히 할 수 있어하는 게 아니라, 매일 노력하여 해내는 것들이다.


이런 성취가 모여 내 삶을 만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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