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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말하는 엄마를 닮아가는 아이

아이와 같이 나누는 행복의 선순환

by 행복수집가

만 3살 우리 수지는 말을 정말 잘한다. 어느 순간 말이 터진다 싶더니, 이제 못하는 말이 없다. 얘기하다 보면 정말 친구랑 얘기하는듯한 느낌이 들정도다.


내 아이가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웃긴다.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재밌는지, 수지랑 얘기하다 보면 배를 잡고 웃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 집 코미디언이다.


그리고 수지의 말을 들어보면 수지의 말표현, 단어선택, 말투 이런 것들이 수지와 가장 가까이 있는 나와 남편, 어린이집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게 보인다.


그중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건 아무래도 엄마 아빠다. 늘 엄마아빠랑 대화하고, 엄마아빠의 얘기를 지금까지 줄곧 들어왔으니까.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을 실감한다. 아이를 통해서 내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보기도 한다. 아이가 따라 하기도 하고 나의 말투를 아이가 닮아 있기도 하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부모인 내가 아이 앞에서 말과 행동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함을 자주 느낀다.


아이는 아직 나쁘고 좋고의 개념이 분명치 않고 뭐든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금방 자기 것으로 만들고 받아들인다.


나와 남편이 수지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너무 귀엽다, 진짜 이쁘다." 이 말이다. 아이를 보며 이쁘다, 귀엽다고 볼 때마다 수도 없이 말하는 것 같다. 내 아이 이쁜 건 모든 부모가 마찬가지일 텐데, 우리 부부는 이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래서인지, 우리 수지도 무엇을 보고 이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이쁜지 이유까지 알려준다. 이럴 때마다 신통하고 기특하고 신기하다.


한 번은 수지가 외할아버지 눈을 자세히 보더니, “할아버지 눈 이쁘네. 아기상어 눈 같아.”라고 말했다. 아이가 이렇게 말을 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다. 어쩜 그렇게 이쁘게 말을 하는지, 마음이 다 녹아내린다.


그리고 이모를 보더니, “이모 머리 이쁘네”라고 말한다. 이모는 지금 머리 염색하고 색이 빠지면서 더 노랗게 돼서, 노란빛 머리를 하고 있는데 수지가 그런 이모머리를 보고 이쁘다고 한다. 그 말 한마디에 모두가 웃음이 터진다.


한 번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할머님도 같이 탔다. 분명 나이는 할머니 나이가 맞는 것 같긴 한데, 청원피스를 입으신 멋쟁이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가 수지를 보고 웃으며 이쁘다고 말해주셨는데, 할머니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나니, 수지가 나에게 “할머니 옷 이쁘네. 멋쟁이야.”라고 말했다. 그 말에 또 많이 웃었다. 아이가 누군가를 칭찬하고 이쁜 말들을 하는 걸 듣는 게 정말 기분 좋고 행복하다.


수지는 나의 패션에 대해서 칭찬도 해준다. 내가 입은 어떤 옷이 수지가 볼 때 이쁘면 “엄마 바지 이쁘네, 엄마 시크릿주주(원피스를 칭하는 수지의 단어) 이쁘네"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날 보고 이쁘다 해주는 그 말이 너무 듣기 좋다 들으면 정말 기분 좋아진다. 다른 사람이 이쁘다 해주는 것과, 내 아이가 이쁘다고 해주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그리고 하루 저녁은 밥을 잘 먹고 다 비워낸 아빠를 보고, 내가 먼저 남편에게 "오빠 밥 잘 먹었네~"라고 하니 수지가 뒤를 이어 "아빠 밥 잘 먹었네. 아빠 건강해. 아빠 씩씩해!"라고 말했다. 수지가 그 작은 입으로 야무지게 말하는 걸 들으니 너무 재밌고 즐겁다. 그래서 또 한참을 웃었다.


자기가 듣는 칭찬을 남에게도 해준다. 밥을 잘 먹는 아이에게 아마 어린이집 선생님이 씩씩하다, 건강하다 해주신 것 같다. 그리고 집에 와서 밥을 잘 먹는 아빠에게 똑같이 그렇게 칭찬해 준다.


내가 막 크게 웃으니, 수지가 웃는 날 보고 "엄마 너무 귀여워"라고 말한다.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아이로 인해 우리 가족의 웃음이 멈출 날이 없다. 늘 웃음이 가득하다.


수지는 사람들의 이쁜 점을 잘 찾아낸다. 그리고 이쁘다고 말해준다. 이쁜 아이 입에서 이쁜 말만 나오니, 같이 있으면 내 마음도 이뻐진다.


그리고 내가 날씨가 화창하고 좋을 때마다 “수지야 오늘 날씨 너무 좋아! 하늘이 너무 이쁘다! 수지야 엄마는 이 나무가 너무 좋아. 엄마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라고 말한다. 수지와 밖에 나갔을 때 날씨가 좋을 때마다 하늘을 보며, 나무를 보며 이쁘다고 자주 말했다.


그랬더니, 이제 수지가 먼저 나에게 “우와 오늘 날씨 너무 좋네~ 엄마 하늘 봐봐! 이쁘지?”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도 같이 "응 오늘날씨너무 좋네! 이쁘다!"라고 말한다.


이런 대화를 내 아이와 할 때마다 큰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웃으며 좋다고, 아름답다고, 이쁘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정말 감사하다.


날씨가 좋다며 활짝 웃는 아이는 햇살보다 더 찬란하다. 아이의 웃음을 보면 비타민을 가득 먹은듯하다. 정말 기분이 좋아지고 같이 웃게 된다.


'좋다, 행복하다'라고 소리 내어 자주 말하면 내가 느끼는 좋음과 행복이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그냥 마음속으로 좋다고만 생각할 때보다, 입 밖으로 소리 내서 '좋다!'라고 말하면 좋은 그 마음이 훨씬 커진다. 말의 힘은 대단하다. 그래서 난 좋고, 행복하고, 맛있고, 즐거울 때 자주 소리 내서 말한다.


"너무 좋다! 나 지금 정말 행복해"


그리고 이 행복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파가 된다. 같이 행복을 느끼면 행복감이 더 커진다. 나눌수록 배가 되고, 더 행복해진다.


이 생생한 행복을 내 아이와 같이 나누고 느끼니, 더없이 행복하다. 행복하다 말하니 더 자주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하다고, 좋다고 자주 말하니 내 아이도 행복을 말하는 아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아이가 행복해하니, 나도 더 행복하다. 행복의 선순환이다.


매일 이렇게 행복을 색칠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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