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다.
어젯밤엔 비가 많이 오면서 번개가 치며 하늘이 번쩍번쩍했다. 36개월 인생의 우리 수지는 번개를 생전 처음 봤다. 처음에 창밖으로 하늘이 번쩍이는 게 너무 신기하고 놀라서 "외계인이 나타난 거 아닌가?"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기심을 가지는 듯했는데 계속 하늘이 번쩍이니 무서워했다.
어느새 아빠에게 꼭 안겨서 창문 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도 못하고 숨죽인 채 가만히 품에 안겨만 있다. 아이가 크면서 점점 안겨있는 시간이 짧아지는데(잘 안겨있으려고 하지 않고, 자기를 자유롭게 놔두길 바란다) 어젠 오랜만에 아빠도 수지를 오래도록 안고 있었다.
늘 아침에 일어나면 "수지충전" 한다며 수지에게 안아주라고 팔을 벌리는 수지 아빠는 어제저녁은 수지 충전을 오래도록 하며 귀여운 사랑의 힘을 많이 받았을 거다. 정말 수지를 안고 있으면 포동하고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 너무 좋다. 아기를 안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수지가 아빠에게 안겨있다가, 아빠가 씻으러 화장실을 가니 나를 찾아왔다. 아직도 겁에 질린 얼굴로 엄마에게 안아달라는 우리 수지. 그래서 수지를 안았더니,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팔과 발로 나를 꽉 감싸는 아기가 너무 귀엽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일부러 더 장난을 치고 싶기도 했다.
"수지야 외계인이 왔나 봐, 수지 무서워? 하니까 "응, 무서워"라는 수지. 그래서 내가 "수지야 무서워하지 마, 엄마 아빠가 수지를 꼭 지켜줄게. 외계인이 오면 외계인 저리 가라고 할게"라고 말하니, "응"이라고 말하는 수지가 너무 사랑스럽다.
무서우니 엄마아빠에게 의지해서 엄마아빠만 찾는 아이를 보니 엄마아빠가 아이의 든든한 울타리인 것 같아 괜히 더 행복하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빨래가 다 된 옷을 널어야 해서 베란다로 갔는데, 안방 침대 위에 앉아있던 수지는 나에게 빨리 오라며 무섭다고 한다. 안방이 베란다와 연결돼 있어서, 수지가 나를 보면 창밖을 보게 되고 번개를 보게 돼서, 베란다 문 블라인드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빨래를 널며 수지 무서워하지 말라고 동요를 불러주었다. 동요로 엄마 목소리를 듣는 동안 수지는 빨리 오라고 보채지 않고 내 목소릴 들으며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 순간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아이가 무서워할까 봐 동요를 부르며 빨래를 너는 그 순간이 난 왜 이렇게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운지. 아이와 보내는 평범한 일상 속 모든 것 하나하나가 귀엽고, 사랑스럽게 빛나는 것 같다.
빨래를 다 널고 수지에게 가니, 수지가 '엄마 이제 왔어?'라고 말하는듯한 눈으로 날 본다. 수지에게 "수지야 엄마가 노래 불러주니까 안 무서웠지?" 하니까 "응"이라는 우리 아기. 그리고 어젯밤은 수지를 가운데 두고 아빠 엄마가 양옆에서 수지를 토닥이며 재워주었다.
밖에서 아무리 천둥번개가 치고 비바람이 불어도, 엄마아빠와 같이 있는 우리 아기는 하나도 무섭지 않다.
수지가 신생아 시절, 육아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치던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신생아 때는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지금 아기에게는 엄마가 자기 세상의 전부라고." 그 말을 보며 아이를 보며 힘들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이 다 녹아버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세상에 전부가 될 수 있다니, 나라는 존재가 자기 세상의 전부라니. 그 말이 내 마음을 세게 두드렸다.
그리고 수지가 이만큼 크고,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질수록 아이가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내 마음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서 매일 사랑이 넘쳐나는 걸 느낀다.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들이 희생으로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전엔 희생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아이를 위해 하는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나의 기쁨이 된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 몸은 고생하기도 하지만, 아이로 인해 내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아이의 웃음을 볼 때면 정말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그 순간의 행복에 젖어버린다.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서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 아기 잘났냐고 인사도 하고, 장난도 치고, 어젯밤에 번개 친 얘기도 하고, 수지를 안고 싶어서 껴안았는데 품에서 도망가려는 수지를 잡고 간지럽히니 "까르르 깔깔~" 거리며 웃는 아기의 웃음소리를 듣는데, 그 어떤 좋은 음악보다 아기의 웃음소리가 날 제일 행복하게 한다.
수지가 웃을 때 내는 그 목소리가 너무 귀엽다. 아침부터 수지의 웃음소리로 행복으로 가득 충전한 느낌이다. 정말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내가 엄마가 돼서 행복하다고 매일 생각한다.
아이도 클수록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이가 보여주는 것 중에 엄마아빠를 향한 사랑이 있다. 그 사랑 표현을 볼 때마다 '수지를 만나기 위해 내가 이 세상에 왔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나에게 의미가 크다. 이렇게 생각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아닌데, 아이를 볼 때마다 이런 마음이 들어진다.
번개가 무서워 엄마아빠를 찾으며 꼭 안긴 수지를 보며, 수지가 살아가는 세상에 엄마아빠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내편'이라는 믿음을 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나중에 더 커서 부모의 품을 벗어나, 인생에 찾아오는 많은 일들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날이 오더라도 엄마아빠의 사랑으로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인생에 찾아오는 비바람, 천둥번개를 부모가 다 막아주진 못해도 이 두려움이 영원하지 않고 잠시 지나가는 것뿐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