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같이 영화데이트 하는 기쁨
수지와 단둘이 이번에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영화를 보러 갔다.
저번에 하츄핑 영화는 수지가 무서워했는데 이번 뽀로로 영화는 잘 볼지 궁금했다. 지난번에는 무서워도 말 안 하고 꾹 참고 있다가, 영화 다 끝나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혹시 이번에도 그럴까봐 무서우면 영화 다 안 보고 나가도 되니까 무서우면 무섭다고 꼭 말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수지는 알겠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수지는 조금 더 편안해보였다. 그리고 영화 볼 땐 팝콘을 먹어야 한다며 자기 몸만 한 팝콘을 들고 잘 먹는 게 너무 귀여웠다.
수지랑 영화관에서 단둘이 영화데이트라니, 너무 설렜다. 그리고 어느새 이만큼 커서 나랑 둘이 영화도 보는 건지 싶어서 뭉클했다. 종종 '이만큼 성장한' 아이를 실감할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감격스럽다. 영화를 같이 보는 이 순간도 그랬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됐다. 익숙한 캐릭터인 뽀로로와 친구들이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스토리는 물론이고, 탄탄한 연출 그리고 내용 속에 담긴 교훈과 영상미도 매우 고퀄리티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곧바로 영화에 집중했고 수지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영화를 봤다.
수지는 영화를 보면서 졸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잘 봤다. 그 모습이 무척 기특하고 귀여웠다.
그렇게 1시간 조금 넘는 영화를 무사히 다 봤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수지에게 안 무서웠냐고 하니까 '재밌었다'라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저번 하츄핑 영화를 볼 때보다 조금 더 성장해서인지 이번 뽀로로 영화를 보는 수지는 조금 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영화관 로비 포토존에서 신나게 사진도 찍었다. 내가 사진 찍자는 소리를 하기도 전에 수지가 먼저 포토존에 가서 사진을 찍어달라며 포즈를 취했다. 영화를 보고 난 수지는 기분이 더 좋아 보였다. 좋아하는 수지를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수지랑 같이 셀카도 찍었는데, 기분 좋은 수지는 계속 장난을 치며 까르르까르르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정말 즐거웠다.
아이가 커 갈수록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난다. 지금 한참 귀엽고 순수한 아이를 보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순간도 자주 있지만 성장할수록 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져서 공감하고 소통하는 기쁨도 점점 커진다.
영화 보기도 이 기쁨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지금은 어린이 영화를 보지만 나중엔 어른 영화도 같이 보며 데이트를 하는 날이 오겠지. 그날을 생각하면 벌써 조금 설렌다. 하지만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고, 난 지금 수지와 어린이 영화를 같이 충분히 즐겨야겠다. 이렇게 어린이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날도 지금뿐일 테니까.
지금 나이, 지금 시기의 아이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다 해보고 싶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기에
이 순간의 소중함과 유일함을 온 마음 다해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