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 옆에 있어주는 것
수지가 독감으로 입원했다. 요 며칠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결국 독감 판정을 받았다.
남편이 오전에 수지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입원을 시켰다. 나는 오전엔 회사 출근했다가 오후엔 자녀 돌봄 휴가를 쓰고 병원에 갔다.
병실에 처음 들어서는 순간 본 수지는 병원복을 입고 링거를 꽂고 있는데도 그 와중에 너무 귀여웠다. 아파도 이렇게 귀여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귀여움을 한껏 느끼고 수지의 안부를 물었다.
수지는 링거를 맞기 위해 손에 주사 바늘을 꽂을 때도 안 울었다고 했다. 수지보다 큰 애들도 주사를 맞을 때 경악하며 울었다고 하던데, 수지는 울지 않고 주사를 맞았다며 나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수지는 아픈 걸 잘 참는다. 아플수록 더 힘을 내서 참는 것 같다. 어린아이가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지르고 울어도 되는데, 아픔을 겉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속으로 삭이는 것 같다. 이전에도 여러 번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어른이 겪어도 아플 고통을 이 작은 아이가 감당하면서 아프다고 울거나 짜증 내지 않고 조용히 견뎠다. 차라리 아프다고, 힘들다고 내색하면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참고 내색하지 않는 수지는 더 마음 쓰이게 한다.
주사 맞을 때 울지 않았다는 수지에게 먼저 칭찬을 해주었다. 우리 수지 대단하다고, 아픈데 어떻게 참은 거야 하며. 그리고 너무 아프면 울어도 된다고 했다. 아픈 걸 참는 건 너무 큰 고통이니까. 아프면 아픈 만큼 표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수지를 병원에 데려가고 입원시킨 남편은 오후 출근을 위해서 가고, 오후부터 나와 수지 둘만 병실에 있었다.
입원생활은 조금 지루하다. 특히 아이에게. 원래 컨디션이라면 한참 신나게 뛰어놀고 있을 아이인데 아프니 놀 힘도 없다. 축 늘어져서 침대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게 전부다. 병원에서는 딱히 할 것도 없다.
아파서 있는 거니 휴식하는 게 우선이긴 하나,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아이에겐 너무나 지루하다. 혹시나 해서 장난감도 이거 저거 챙겨갔지만 그것도 가지고 놀 기력이 없다.
그래도 수지가 잠시 컨디션이 괜찮았을 때는 병원놀이를 했다. 진짜 병원에서 병원놀이를 하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수지는 의사역할을 하고 나는 환자를 했는데 수지는 간호사 선생님이 말해준걸 그대로 따라 하면서 내 손에 수액도 놔줬다. 병원에서 보고 들은걸 그대로 놀이로 승화시키는 수지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나마 조금 힘을 내서 병원놀이를 하는 수지의 살짝살짝 짓는 미소와 귀여운 쫑알거림을 더 보고, 듣고 싶어서 열심히 환자역할을 했다. 수지가 이 놀이를 하면서 잠시라도 즐거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환자역할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기쁘게 했다.
하지만 이렇게 노는 것도 잠시였다.
수지는 열이 잘 내리지 않았고, 계속 열이 났다.
해열제를 맞으며 그냥 쉬는 게 최선이었다.
아픈 수지 옆에 꼭 붙어 있다 보니, 건강할 때는 유치원에 가니 옆에 붙어 있는 시간이 적은데 아프니까 수지 옆에만 붙어있게 됐다. 아플 때만 이렇게 붙어 있다는 게 뭔가 씁쓸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플 때 옆에 있어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아플 때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안다. 내가 아플 때 옆에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나의 고통을 줄여주진 못하지만 아픔을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내가 지금 아픈 수지에게 의지할 힘이 돼줄 수 있다는 게 감사했다. 수지는 아파서 힘이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옆에 있음에 편안해했다. 대신 아픈 건 해줄 수 없지만, 아픈 수지 옆에 같이 있는 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이렇게 옆에 있어줄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
수지가 몸은 아파도 마음은 편안할 수 있도록, 아픔을 이겨나가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옆에 꼭 붙어 있을 거다.
우리 수지가 이 아픔을 무사히 잘 이겨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