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감사함만 남은 경험
수지가 독감으로 입원하고 이틀 동안 계속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체온을 재러 올 때마다 ‘아, 열이 있네요.’ 하셨고 해열제를 놔주셨다. 그런데 해열제를 다 맞고 나서 열을 재도 37도 후반대거나 거의 38도 가까이 열이 났다. 해열제를 맞아도 이 정도인데 안 맞았으면 굉장히 열이 높았겠구나 싶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열과 사투를 벌였다.
나는 수지 열이 잘 안 떨어져서 걱정되는 마음에 “우리 수지, 왜 이렇게 계속 열이 나는 거야” 라고 말했는데내 말에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열이 수지가 좋은가보다. “
수지의 말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걱정으로 가득했던 내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열이 38도 가까이 나는 수지가 누구보다 가장 힘들 텐데, 오히려 걱정하는 내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태연하게 말했다. 열이 수지가 좋아서 왔다니.
그래, 이 세상 모든 게 다 수지를 좋아하나 보다. ‘열’ 마저도.
수지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축 쳐져 있기도 하고, 병실 안에만 있으니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입맛이 없어도 밥도 꼭 먹고, 약도 잘 챙겨 먹으며 낫기 위한 최선을 다했다. 이런 수지가 그저 기특하고 고맙다.
수지는 병원생활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힘들고 스트레스받아서 짜증을 내기도 했지만, 짜증을 냈다가도 또 다시 웃었다. 수지의 해맑게 웃는 얼굴과 깔깔 웃는 웃음소리는 간호하느라 조금 지친 내 마음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줬다. 수지가 웃으면 병실에 생기가 돌았다.
이 상황에서 누구보다 가장 힘든 건 아픈 수지다.
간호하는 부모도 힘들지만, 몸이 아픈 아이보다 더 힘들 순 없다. 그런데 이 힘듦을 아이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잘 버텨주었다.
수지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면, 긍정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것. 힘든 상황에 몸은 무너져도 마음은 굳건하게 버텨서 결국 몸까지 일으킨다는 것.
병원생활은 오늘로 끝이 났다.(퇴원했습니다!)
수지의 웃음 파워 덕분에 나도 웃음을 잃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아이의 입원은 언제나 힘들다. 그러나 이 힘든 상황 속에서 웃음과 긍정, 감사는 더 빛을 발한다.
이만하길 다행이고, 병원에서 케어받을 수 있어 다행이고, 아픈 아이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다행이고, 수지가 이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힘들었던만큼 감사도 컸던 시간이었다.
입원 4일 만에 퇴원하고 나니 일상이 더 감사해진다. 아프지 않고 편하게 웃고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것 없이 충분히 감사하다.
지금 수지는 거실 매트 위에 누워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다.
병원에서 쌓인 피로를 집에 오자마자 잠으로 푸는 것 같다. 하얀 매트 위에 누워 있는 수지가 천사처럼 보인다. 지금 이렇게 집에서 자고 있는 수지를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이번 입원경험은 오직 ‘감사함’ 을 선물로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