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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사무소에서 온 전화 한통

추운 날 안부를 물어주는 따뜻한 마음

by 행복수집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관리사무소에서 전화 올일이 잘 없는데 차를 빼달라는 건가, 층간소음 민원인가 하며 짧은 순간에 살짝 긴장했다.


그런데 사무소 직원분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내셨다.


"안녕하세요. 관리사무소입니다. 805동 0000호 맞으시죠?"

"네~"

"작년 12월 8일부터 난방 사용을 안 하셨던데 혹시 고장이 난 건가 싶어서요~"

"아, 아닙니다. 저희 난방 안 하고 있어요."

"아, 날이 많이 추운데 난방을 안 하셔서 혹시 문제가 있나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 문제는 없습니다. 저희 난방 안 하고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통화가 끝났다.

전화를 끊고 내 마음에 뭔가 따스한 온기가 남았다.

날이 추운데 난방을 안 하고 계셔서 물어봤다는 그 말이 나에게 너무 따뜻하게 와닿았다.


주거민의 안부를 물어주는 관리사무소라니.

사무소에서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서 전화한 것 일수도 있지만 난 왠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사는 지역은 대체로 따뜻한 편인데 최근엔 여기도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면서 갑자기 강추위가 찾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추운 날, 난방을 안 하고 있는 집을 보고 관리사무소에서 혹시나 걱정이 돼서 안부전화를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고장 난 게 아니라 우리 집은 난방을 안 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리니 직원분께서도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잘 계시는구나' 하고 안도하신 것 같았다.


이렇게 안부를 물어주고 살펴주는 말씀에 내 마음에 난방을 한 것처럼 따뜻해졌다.


한편으론 '관리사무소에서 각 집마다 난방을 하는지 확인도 하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체크를 하는 거라면 혼자 사는 노인분들도 아파트에 종종 계신데 그분들께는 큰 힘이 될 것 같았다.


정말 혹시나 고장이 나서 난방을 안 할 수도 있고, 몸이 안 좋아서 난방을 못할 수도 있고 별의별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아, 그리고 우리 집이 난방을 안 하는 이유는 거실 한가운데 전기매트를 깔아놨는데 그거 하나만 틀어도 집에 훈기가 있고 따뜻해서 굳이 난방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름에 냉방비보다 겨울에 난방비가 더 많이 나와서 절약해야겠다 생각도 했는데 마침 전기장판만으로도 집이 따뜻해져서 난방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집은 난방은 하지 않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따뜻하게 잘 지내고 있다.


이 날, 관리사무소에서 온 한통의 전화로 하루종일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머물렀다. 내 가족, 내 친구 같은 지인들이 안부를 물어봐주는 것도 참 좋지만 나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같은 주거지역에,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 누군가가 물어봐주는 안부도 무척 따뜻하고 특별했다.


이렇게 추운 날, 어쩌면 내 집이나 내 몸이 추운 것보다 마음이 추운 게 더 무서운 추위이지 않을까 싶다. 나도 내 주변에 혹시 추위를 느끼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한번 돌아봐야겠다. 그리고 ‘요즘 날씨 추운데 잘 지내? 집은 따뜻해?” 하며 따뜻한 안부를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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