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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무를 보다 발견한 루돌프 뿔

매일 보는 풍경속에 항상 있는 행복

by 행복수집가

아침에 수지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있는 아파트 화단에는 나무와 풀들이 가득하다.

수지는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나무를 구경하고, 나무 밑에 떨어진 도토리를 찾아보기도 하며 길에 있는 것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어느날 하루는 키가 큰 나무를 올려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 저거 루돌프 뿔이야! 봐봐!"


이 말에 고개를 들어 보니 나뭇가지가 정말 루돌프 뿔 모양 같았다.


이런 발상을 한 수지가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그러네 진짜 루돌프 뿔 같네~!”


“저거는 아기 루돌프인가 봐!”


수지는 조금 작은 나뭇가지를 보고서는 아기 루돌프라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도 지났는데 이렇게 루돌프를 만났다.


매일 걷는 평범한 길이고, 매일 보는 익숙한 나무인데 수지의 말 한마디에 우리가 서있는 길이 루돌프가 가득한 길이 되었다.


아침에 시간 맞춰 유치원 버스를 태워야 한다는 생각에 앞만 보고 걷던 나는 수지 덕분에 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다봤다. 촘촘하게 뻗어있는 나뭇가지를 보니 아주 꼼꼼하고 정성 들여 그린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 눈을 들었을 뿐인데 갑자기 엄청난 예술작품 하나를 감상한 느낌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유치원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은 길지 않고 몇 걸음 걸으면 되는 짧은 길이다. 그 짧은 길에 있는 모든 것들을 수지는 다 음미하고 만끽한다.

아이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충만하게 누리는 것 같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충만하게 느끼는 아이는 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고 루돌프 뿔을 떠올리며 웃는다. 이런 아이를 보면 말라 있던 내 마음이 촉촉하게 젖는 것 같다.


행복을 발견하는 눈이 밝은 아이와 함께하며 매일 걷는 길, 매일 보는 풍경 속에서 날마다 반갑게 행복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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