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아이의 따뜻한 말
수지는 작년 12월 마지막주부터 2주 동안 유치원 방학이었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는 둘이 연차를 번갈아 쓰며 방학 기간 한 주동 안은 유치원을 보내지 않았고, 둘째 주는 긴급 돌봄을 신청해서 유치원에 보냈다.
방학기간에는 유치원 버스를 운행하지 않아서 등하원을 직접 시켜야 했다. 방학 기간 중 어느 날 하루는 등원은 아빠가 시켜주고 하원은 내가 시키는 날이었다. 수지의 등원준비를 다 하고 나니, 수지가 오늘 누가 데리로 오냐고 물었다.
그래서 엄마가 데리러 간다고 하자, 수지가 "엄마는 늦게 오겠네."라고 말했다.
내가 하원시키는 날은 남편이 하원시키는 시간보다 좀 더 늦다. 그래서 내가 하원시키러 간다고 하면 조금 늦는다는 것을 수지가 알고 있다. 나는 늦게 가는 게 미안한 마음에 수지에게 "엄마가 최대한 빨리 가려고 노력할게"라고 말했고 수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출근 때문에 수지보다 먼저 집을 나가야 해서 신발을 신었고, 막 현관문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수지가 내 등뒤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중에 걸어와도 되고 뛰어와도 돼.”
수지의 이 말이 '엄마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돼. 천천히 와도 돼'라는 말로 들렸다.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서 난 웃으며 "알겠어~"라고 대답하고 나왔다.
출근길에서도 수지의 말이 계속 마음에서 맴돌았다. 엄마를 생각하는 이쁜 마음이 참 따뜻했다. 출근을 하는 와중에 나중에 퇴근하고 얼른 수지를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날, 퇴근하고 서둘러 유치원으로 걸어갔다. 보고 싶은 마음에 종종걸음으로 쉬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 눈앞에 수지가 나타났다. 너무나 귀여운 모습으로.
하원할 때 만나는 아이는 언제나 반갑다.
유치원 문밖을 나와서 수지를 안아주며 말했다.
“수지야, 엄마 수지가 보고 싶어서 후다닥 뛰어 왔어”
그리고 수지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안 힘들었어?”
이 말에 심장이 따스함으로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추운 날에도 내 마음만큼은 절대 추워지지 않는다. 이렇게 따스하고 다정한 아이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하원 시간이 되고 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집으로 갈 때 수지도 ‘엄마 언제 오나’ 하고 기다렸을 텐데, 수지는 늦게 온 엄마에게 ‘왜 이제 왔냐'라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내가 급하게 오느라 힘들지 않았을까 엄마를 걱정한다.
이 작은 아이가 어쩜 이렇게 마음이 깊고 따뜻할 수 있는지, 매일 봐도 매일 놀란다.
수지의 마음엔 온통 사랑뿐인 것 같다.
수지와 함께 매일 사랑이 가득한 날들을 보낸다.
사랑하는 날들이 쌓여가는 이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