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싶은 나에 대해 아이와 나눈 대화
하루는 수지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수지가 이런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처음 놀라고,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두 번 놀랐다.
내가 성인이 되고,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서는 ‘커서 뭐가 되고 싶냐’라는 질문을 잘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수지의 이 질문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더 클 수 있는 나의 미래가 있구나.'
‘커서 뭐가 되고 싶냐’라는 말은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 보니 30대 후반인 나도 아직 더 클 내가 남아 있는 거였다. 40대의 나, 50대의 나, 더 나아가 70대의 내 모습이 있을 것이다. (아무 사고 없이 평균 수명을 산다고 생각하면)
그때 알았다.
'아, 나도 얼마든지 무언가가 되고 싶은 꿈을 꿔도 되는구나. 나에게도 미래가 있지.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다를 수 있지! 난 왜 지금 내가 다 컸다고 생각했을까. 아직 더 클 내가 남아 있는데.'
수지는 나에게 그 질문을 던지고 눈을 반짝이며 답을 기다렸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음, 엄마는.. 글 쓰는 사람!"
일단 제일 처음 생각나게 글 쓰는 사람이었다.
나중에 먼 미래에도 나는 계속 쓰는 사람으로 있고 싶다.
그런데 수지는 나에게 또 물어봤다.
“또 뭐가 되고 싶어?”
나는 내가 되고 싶은 걸 하나 말했으니 이제 됐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수지는 나에게 또 뭐가 되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또 되고 싶은 게 싶지?' 생각하다가,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음, 엄마는 강연하는 사람!"
수지는 강연이 뭐냐고 물어봤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제야 수지는 아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지와 이 대화를 하는 동안 잠시나마 내가 꿈꾸는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즐거웠다.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꿈꾸는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평소 마음 깊숙이에 품고만 있었고 입 밖으로 잘 꺼낸 적이 없는 나의 꿈을 수지가 꺼내준 것 같다. 말하고 나니 내가 바라는 나에 한발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수지에게도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봤다.
수지는 이렇게 말했다.
“언니들에게 숫자 가르쳐주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 아픈 사람 이렇게 (심폐소생술) 해서 살려주는 사람.”
“지구 안 아프게 하는 사람.”
수지의 이 대답을 듣고 무척 놀랐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수지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 하나하나 내가 생각지 못한 것이었고 이 기회로 수지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됐다.
수지가 되고 싶은 사람의 공통점은 도움을 주는 사람인 것 같았다. 공부를 가르쳐주고, 아픈 사람을 도와주고, 지구를 지켜주고.
수지가 하는 생각이 너무 맑고 순수하다.
수지의 순수한 이 마음을 고이고이 지켜주고 싶다.
수지는 정말 어디에 있든 자신이 있는 곳에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로 살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다. 수지는 충분히 자기 스스로 빛을 내며 그 빛으로 다른 사람까지 밝게 비춰주는 존재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수지가 되고 싶은 자신과 만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