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원길에 수지가 오늘은 누가 데리러 오냐고 물었다. 나와 남편이 번갈아가면서 하원시키러 가다 보니, 수지는 매일 오늘 누가 오냐고 묻는다.
이 날은 내가 데리러 가는 날이라 엄마가 간다고 했다.
수지는 내가 온다니 좋아하면서도, “엄마는 늦게 오겠네”라고 했다. 나는 5시에 조퇴하고 수지를 데리러 가는데 그러면 5시 15분쯤 유치원에 도착한다.
유치원이 정규적으로 마치는 시간이 4시다 보니, 1시간 더 유치원에 있는 게 길게 느껴지나 보다.
수지는 왜 늦게 오냐고 나에게 빨리 오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회사가 늦게 마쳐. 엄마가 회사 마치고 빨리 갈게~! “
나의 이 말에 수지가 이렇게 물어봤다.
“엄마 빨리 오면 회사 이모가 이 놈 해?”
‘이모가 이놈’ 한다는 말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터졌다. 수지입장에서 이모가 이 놈 하다는 건 아주 무섭게 혼낸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웃으며 “응 이모가 이 놈 해 ㅎㅎ”라고 했더니 수지가 “힝” 이라며 입을 삐죽거렸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눈에 한참 담았다.
그리고 수지는 유치원 버스를 탔고, 나중에 만날 시간을 기다리며 손 흔들며 잘 등원했다.
엄마가 빨리 와주길 바라고 늦게 오는 걸 서운해하면서도 엄마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를 보면 항상 마음이 찡하고, 또 너무 사랑스럽다.
매일 이렇게 간절히 엄마를 기다려주는 아이 때문에 퇴근시간이 더 기다려진다. 그리고 날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게 삶에 아주 큰 활력소가 되는 것을 느낀다. 게다가 날 기다려주는 대상이 소중한 내 아이라는 것은 한없는 행복을 느끼게 한다.
회사 이모가 엄마한테 ‘이놈’하면 안 되니까 엄마가 늦게 와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는 마음이 정말 사랑스럽다.
이 날 하원시간에 우리는 더 반갑게 만났다.
나는 엄마를 잘 기다려준 수지에게 고맙고, 수지는 조금 늦더라도 무사히 자기를 데리러 와준 엄마가 고맙다. 하원시간마다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