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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딸의 유일한 남자친구는 ‘아빠’

남자 중에선 아빠가 최고

by 행복수집가

예전에 했던 인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아이가 얼마 전에 유튜브 영상으로 보게 되었다. 수지가 본 영상 내용은 ‘하이킥’에서 초등학생이었던 ’ 해리’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집에 데려왔는데, 남자친구가 신애를 보고 반해서 신애에게 사귀자 하고, 해리는 자기 남자친구가 신애에게 관심 있는 걸 알고 복수한다는,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한 막장 스토리였다.


내용은 막장이지만 어린 배우들이 너무 연기를 잘해서 나도 오랜만에 깔깔 웃으며 봤다. 그리고 이 내용에서 해리가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얘가 내 남자친구야”


수지는 이 장면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남자친구 아빠 있는데.”


이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해맑은 표정으로 “난 남자친구 아빠 있는데”라고 말하는 수지가 어찌나 귀여운지 볼을 앙 깨물어 주고 싶었다.


‘이 말을 아빠가 들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수지에게 다시 되물었다.


“수지 남자친구는 아빠야?”

“응~“


이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는 수지를 보며 나도 같이 웃었다.




수지는 5살이 되고 나서 서서히 남녀 구분을 하게 됐다. 그리고 5살부터 벌써 아이들이 남녀 나눠서 논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전에는 성별 구분 없이 그냥 섞여 놀았는데, 5살이 되고 나니 여자애들 그룹, 남자애들 그룹이 나뉘는 걸 보고 요즘 애들 정말 빠르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남녀 구분할 줄 아는 수지가 자기 남자친구는 ‘아빠’라고 하니 그 말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수지는 아빠랑 결혼할 거라는 말도 했다. 지금 수지는 세상 남자 중에서 아빠가 제일 좋다. 이런 수지가 너무 귀엽다.


아마 조금만 더 크면 지금과는 다른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빠가 자기 남자친구라고, 아빠랑 결혼할 거라는 지금 이 시기가 더 소중하다.

제발 이 시기가 천천히, 더디게 지나갔으면 좋겠다.


수지가 나이를 더 먹고, 더 자라더라도 수지에게 아빠는 언제나 다정하고 친한 친구 같은 존재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수지가 아빠와 같이 있을 때 즐거워하고 웃는 모습은 언제 봐도 행복하다. 이 모습을 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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