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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l 31. 2023

나는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 취미, 글쓰기입니다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올해 2월이다. 글쓰기의 시작은 블로그였다. 그리고 이제 8월에 접어들고 있다. 어느새 6개월 동안 블로그에 글을 썼고, 이 과정 중에 이번 6월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2개월 동안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다. 나의 23년 상반기는 글쓰기를 하며 내 삶에 변화를 겪은 시간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러나 나는 글쓰기 이전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었다. 이것저것 자기 계발도 하는 것 같고 책도 꾸준히 읽으며 뭔가를 하긴 하는데 내 취미에 대해서 내가 잘 알지 못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서 여전히 그걸 알기 위해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취미에 대해서 물으면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갔다. 예전에 어떤 지인이 나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어서 음악 듣기도 좋아하고, 유튜브로 이런저런 영상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고 내가 말하면서도 자신 없게 대답을 했는데, 그분이 약간 농담 식으로 "유튜브 보는 게 취미인 걸로 알겠습니다~(웃음)" 하고 말했다.


그 말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내 취미가 유튜브 보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과, 난 정말 유튜브 보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유튜브로 동기부여 영상도 보고 좋은 강연도 듣는다고 뭔가 부연설명을 하고 싶었다. 그냥 오락적인 용도로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라고 뭔가 포장하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하릴없이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는 것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 것 같다. 나도 나에 대해서 잘 몰라서 자신이 없었고, 이런 내 모습이 보이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항상 발전하고 노력하고 도전하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인데 그게 막연했다.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 건지,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고 헤매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다 2월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점점 변화가 생겨났다. 일기 쓰고,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다이어리나 폰 메모장에 늘 글은 쓰고 있긴 했다. 글쓰기는 항상 내 삶에 이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이걸 잘 의식하지 못했고, 내 안에 숨은 듯 잠겨 있는 글쓰기의 꿈을 어떻게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지도 몰랐다.


글 읽는 것도 좋아해서, 책이나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자주 읽으며 글에서 오는 긍정과 행복, 용기와 희망의 에너지를 받는 게 너무 좋았다. 글의 힘을 분명히 믿었고, 내 마음에 변화는 항상 어떤 글을 읽으며 오는 게 많았다


좋은 글을 읽으며 좋은 마음을 받아들이고, 좋은 생각을 했지만 그게 정리가 안 돼서 내 마음 방이 정리되지 않은 채 이것저것 뒤엉켜 있었다. 아무리 좋은 글에서 좋은 영향을 받아도, 마음이 정리가 안 되어 있으니 좋은 것들이 다른 마음들과 엉켜서 내 것으로 온전히 흡수가 되지 않았다. 내 삶에 적용되지 못한 좋은 글과 좋은 마음이 정착하지 못하고 붕 떠 다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글을 쓰면서 신기하게 이런 마음들이 정리가 되어 갔다. 내 마음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던 생각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붕 떠다니던 좋은 글들이 내 마음에 정착이 되고, 그 좋은 글에서 받은 좋은 영향이 내 마음에 온전히 흡수가 되어 내 삶에 실제 적용이 되고 있었다.


글을 쓸수록 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 모든 것을 바라볼 때 바로 눈앞에서 보듯이 보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거리를 두고 멀리서 넓게 볼 수 있는 시야도 가지게 되었다. 이런 변화를 나 스스로 느꼈다.


글을 쓰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게 너무 신기했다.


글쓰기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고, 내 곁에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을 좀 더 세심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소중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내 글에 주 소재로 쓰이는 내 딸 우리 수지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엄마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더 느끼게 되었고, 성장하는 아이를 보며 감동하는 순간들, 그리고 아이의 순수하고 이쁜 마음을 더 자주 감각하게 되었다.


아무리 이쁜 내 아이지만 육아는 쉽지 않다. 그래서  내 컨디션에 따라 아이에게 예민하게 굴 때도 있었고, 짜증을 낸 적도 있다. 그런데 아이를 관찰하고 글을 쓰면서 내가 이전보다 훨씬 평안하고 온화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음이 쉽게 요동치지 않고, 아이의 어떤 행동과 말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있는 그대로 편하게 받아들인다.


아이와의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를 받아들이는 내 마음 그릇이 더 넓어진 것 같다. 이 사실 또한 글을 쓰면서 알 수 있었다.


나에겐 이제 분명한 취미가 있다. 내가 나를 의심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내 취미. 글쓰기와 글 읽기다. 하루 중 일하고, 육아하고, 집안일하는 시간 외에 나에게 주어지는 개인 시간엔 단 1분이든, 5분이든 틈을 내서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읽고, 글을 쓴다.


내가 내 책상용으로 쓰고 있는 부엌 식탁엔 항상 내가 보는 책이 독서대에 놓여있다. 언제든 볼 수 있게 내가 가장 자주 있는 곳에 책을 두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책을 본다. 아이가 잠시 간식 먹으며 유튜브 보는 시간엔 나도 잠시 앉아서 책을 보며 쉰다.


그리고 육퇴를 하고 온전히 나의 자유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은 온통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운다. 운동을 하고, 다이어리를 쓰고, 글을 쓰고, 독서를 하고, 그리고 요즘 새롭게 하게 된 취미가 있는데 뉴스의 사설이나 칼럼을 필사하는 것이다. 요즘 글쓰기에 대한 강연이나 영상을 매일 보고 있는데, 신문 사설을 필사하는 게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고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글쓰기 실력이 좋아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란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이건 바로 해봐야겠다 하고 마음먹었고, 그다음 날부터 저녁에 사설 필사를 시작했다. 연습장에 빼곡하게 적어나가는데 너무 재밌었다. 전혀 귀찮지 않고 힘들지도 않았다. 기자나 칼럼니스트가 조리 있게 잘 쓴 알찬 글을 따라 적는 것뿐인데 그게 너무 재밌고, 그 내용에서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좋았다.


어제저녁 야간근무를 가기 위해서 출근하던 남편이 내가 연습장에 글을 적고 있는 걸 보고 뭐 하는 거냐고 해서 "신문 사설 적고 있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라고 하니 남편이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글쓰기에 진짜 진심이구나"라고 말했다.


그렇다. 난 진짜 글쓰기에 진심이다.
그리고 내 진심을 다해 글 쓰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하는 노력에 비해 글쓰기 실력은 그다지 별로인데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흠칫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게 되고 매일 할 수 있음에 그저 행복하다.


그리고 이전엔 막연하기만 했던 내가 좀 더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매일 글을 쓴다는 자체가 나에게 성취감을 주고, 매일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읽기를 통해 새로운 정보나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내 마음에 새로운 것을 향한 열정이 일어난다. 블로그를 하고, 브런치를 하게 되고,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얼마 전엔 수기 공모전에도 처음으로 도전을 해봤다.


새로운 세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글쓰기과 글 읽기가 나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것 같다. 이전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막연하게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글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모습을 발견하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으로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것 같다.


태어날 때부터 난 이런 사람으로 살 거야 하고 정해서 나오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경험, 생각등에 의해서 내 삶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고, 나의 자아는 나 스스로 계속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내가 키보드 누를 힘이 있고, 연필을 잡을 힘이 있는 한평생 글쓰기를 계속하고 싶다. 나를 나답게 살게 해 주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 글쓰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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