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순간
우리 집 아이는 집에 있을 때, 아빠나 엄마 중에 한 명이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오면 도어록 비번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잽싸게 숨는다. 집에 온 엄마 아빠를 문 앞에 나가서 반기는 게 아니라, 집에 들어오는 엄마 아빠와 숨바꼭질을 시작한다.
수지가 아빠랑 하원하고, 내가 퇴근하기 전에 먼저 집에 와 있는 날에는 내가 집에 들어갈 때 재빨리 숨어서 내가 자기를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를 조용히 기다리는 수지는 숨소리도 안 내고 가만히 있다. 수지가 주로 숨는 곳은 아빠 품이다. 얼굴을 숨기면 다 숨겨지는 거라 생각하는 건지 수지는 얼굴을 아빠품에 파묻고 너무나 빤히 잘 보이는 모습으로 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난 남편과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그리고 좀 더 그모습을 보고 싶어서 빨리 찾지 않고 천천히 살금살금 수지에게 다가간다.
"어? 수지 어디 갔지? 수지가 안 보이는데?" 하면서 뜸을 들인다.
그러다가 "어 수지 여기있네?!" 하며 수지를 덥석 잡으면 수지는 "꺄아아악!" 하고 소리를 지르며 깔깔 웃는다. 어찌나 크게 웃으며 좋아하는지, 수지의 웃음을 따라 엄마 아빠도 크게 웃게 된다. 그 순간 우리 집은 세 식구의 웃음소리로 가득해진다.
난 이 찰나의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아이가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것도 좋지만, 난 수지가 이렇게 숨바꼭질로 반겨주는 것도 너무 좋다.
엄마 아빠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숨바꼭질 놀이. 그리고 자기를 찾으면 온 집이 떠나가라 깔깔 웃는 수지의 웃음. 이 웃음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음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환하게 웃는 아이의 웃음보다 더 좋은 피로회복제는 없다. 때로는 밖에서 이런저런 일에 치여 몸과 마음이 지쳐도, 수지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반겨주는 집에 오면 '행복한 내 집에 왔구나' 하는 실감을 한다. 그리고 하루동안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버린다.
오늘도 퇴근하고 집에 가서 수지랑 숨바꼭질 놀이 할 생각을 하면 벌써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