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한달 전, 3년을 살던 집에서 새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나의 다람쥐같은 수납력에 놀라버리고 말았다.
사용기한이 한참 지난 화장품은 왜 쟁여놓고 있으며, 섬유탈취제 리필이 왜 8개나 필요하며, 통조림은 아무리 안상한다고 하지만 2년이나 지났는데 먹을 수는 있는 걸까?
특히 옷이 문제였다. 맞지도 않는 바지, 살이 쪄서 입지 못하는 옷들은 ‘살빼서 입어야지’ 하면서 몇년째 옷장에서 햇볕도 못보고 머물러 있었다. 이사하면서 100L 종량제 봉투 3개분 만큼의 옷을 헌옷수거함에 버렸는데도, 이사한 집의 옷장에도 옷이 그득그득하다. 나의 몸은 하나인데, 왜 옷은 이렇게 많이 필요한건지. 그럼에도 난 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 건지, 아니 어쩌면 내 몸이 맘에 들지 않기 때문에 옷을 사들인 것일까? 물건을 사들이고, 보관하고, 쓰지 않는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좀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로 했다. 버리지도, 끊지도 못하는 소심한 내가 조금은 ‘미니멀’ 해지겠다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