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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램램 Dec 24. 2020

화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생활바꾸기1

화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스크 착용이 제일 큰 이유지만,

화장을 하지 않는 편리함을 뼛속 깊이 알아버렸다.

머리만 말리고 출근하면, 얼마나 더 이불에서 뭉그적 댈 수 있는지.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라서 아주 오오랜만에 화장을 해보았다.


대학 졸업반이 되어서야 아이브로우 펜슬을 처음 사 봤다.

눈썹만 예쁘게 그려도 인상이 달라질 거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난 뒤였는데

매번 짝짝이 눈썹을 그리곤 했다.


30대에 접어들며 관심도 생기고, 기술도 늘어

이제는 적당히 내게 맞는 화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얼굴에 필터를 씌운 얼굴을 내 얼굴로 믿게 된달까.

(요새 나오는 카메라 어플은 화장을 한 효과 필터까지 있어서 문화 충격이었다)


화장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건, 고백해야겠다.

눈도 커지고, 얼굴도 갸름해지고, 혈색도 도는 이 얼굴이 내 얼굴이라 굳게 믿어 온 세월이 있어서

화장기 없이 밖을 나서면 신경 쓰이고 그랬다.

그러다 화장을 하면 왠지 안심이 되는 거였다.

그래 이게 내 모습이지, 하면서.


하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화장 없이 지내는 데 익숙해지니

아 내가 이렇게 생겼었지, 하면서 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게 신기하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일지도.

 덕분에  올해는 립스틱도, 아이섀도도 사지 않게 되었다

메이크업 리무버는 잔뜩 사놓은 게 도통 줄어들지 않아 당근 마켓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다들 나처럼 화장을 별로 안 하게 되었는지 문의도 없다)  


오늘 오랫만에 화장대에 앉아 슥슥 화장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지울 때 귀찮을 것을 생각하니 약간 후회된다.

내일은 안 할 것 같다.


화장이 가끔 하는 즐거운 이벤트가 되니 이 나름 괜찮지 아니한가.



소심한 미니멀리스트의 팁!

화장을 한 얼굴이 내 얼굴인가, 하지 않은 얼굴이 내 얼굴인가?
사실 둘 다 나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하지만 화장을 덜어내고, 아침의 여유와 간소한 화장대를 얻었고,
꽤나 놓치기 싫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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