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
넓고 얕은 세계보다 좁더라도 깊은 심해의 세계
1~2년 전 즈음부터 나름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상당량 느끼게 되었는데, 그 인간관계라 함은 내게 유해한 사람들과의 관계였다. 나는 좋고 싫음이 분명한 데다, 싫고 불편한 것 앞에서의 에너지 소모는 딱 질색이다. 이토록 맺고 끊음이 분명했음에도 이전의 나는 불편한 관계 앞에서 그 불편함을 마냥 인내했던 것이다. 오래된 친구라는 이유로,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내 마음의 불편함 때문에 그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픈 욕망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미니멀리즘을 향한 삶의 태도는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딱히 소통되지 않던, 어쩌면 불편하기 그지없던 20년 지기 친구와의 관계에서 넌덜머리를 느꼈고, 온갖 선함으로 포장된 오래된 지인과의 관계에서 자비 이면에 숨어있는 소통불가를 느꼈다.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다 정작 나 자신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이 그제야 눈앞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다. 생각에 확고함이 없으면 행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그 시간이란 것은 깨달음에도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여러 항목 중 긍정적 인간관계를 알고 나면 그간 내 발목을 붙잡고 있던 부정적 인간관계의 청산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전보다 더 단순하고 명료하게 인간관계의 맺고 끊음이 가능해진다.
세상엔 인간의 수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모든 이들과 잘 지낸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유한하니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에 에너지를 쏟으며 그것에 집중할 뿐이다. 넓고 얕은 세계보다 좁더라도 깊은 심해의 세계를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