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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줴이 Feb 11. 2021

내장이 울렁거리던 버스 바이킹의 스릴

세상의 굴곡을 모르던 중딩의 기억

 낙엽만 굴러도 까르르 댄다는 중딩의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하굣길 버스 안에서의 기억이다. 당시 학교에서 출발해 몇 미터 지나지 않아 공사구간이 있었는데 그 공사구간으로 인해 버스는 일시적으로 우회도로를 선택해야만 했다. 그 우회도로는 상하로 굴곡이 심했고, 덩치가 큰 버스가 속력을 내면 마치 놀이기구 바이킹에서의 울렁임처럼 그 깊이가 상당했다. 버스 기사에 따라 여중딩들의 기대에 호응해주는 분이 있었고 아닌 분이 있었는데, 우리는 누구라 하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굴곡의 임시도로가 가까워질 때쯤엔 어김없이 "아저씨! 바이킹~"을 외치곤 했다.

 거칠 것 없는 세상에 온전히 놓 우리들은 운이 좋아 자비로운 버스 기사분을 만나게 되면 버스 맨 뒷 좌석에서 구름 위로 붕 뜨는 아찔함을 경험 수 있었다. 그 잠깐의 스릴을 맛보기 위해 우린 타인을 의식하지 않았고, 온전한 기쁨을 맛봤으며, 그것만으로 세상을 온전히 가진 듯 즐거워했다.

 장이 울렁거리는 바이킹의 스릴은 성인이 되어 세상을 맛보고 나니 온전한 기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몰랐지. 내 앞에 펼쳐질 인생이 그때 느낀 바이킹의 굴곡과 다를 줄은. 그래도 나는 다시 그 버스의 맨 뒷 좌석에 앉고 싶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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