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by 임영재


최근 몇 달간 거의 매일 가는 카페가 한 곳 있다.


그곳에서 나는 자기소개서도 쓰고 학교 시험공부도 하고 회사 입사를 위한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등 앞으로의 삶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간다.


이런 일들을 카페에서 하는 이유는 도서관의 갑갑함과 집에 있을 때의 나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매일 가는 카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혼자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나 또한 눈치 보지 않고 할 일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가방을 챙겨 버스를 타고 카페로 향한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나는 카페에 가면 매일 똑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언제나 그랬듯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며 체크카드를 건넨다. 그리고 항상 연하게 달라는 말도 추가한다.


기본적으로 이곳의 커피에는 투샷이 들어가는데 쓴맛을 좋아하는 입맛은 아닌지라 조금이나마 편하게 커피를 마시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능이 끝난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카페에 처음 가본 나였지만 항상 카페에 갈 때는 주로 달달한 커피를 주문했었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의 지갑은 얇다. 단 돈 천 원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기에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항상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항상 커피는 아이스로 주문한다. 뜨거운 커피는 몸이 풀리면서 긴장을 완화시키기에 카페에 온 내 목적 달성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연하게 아니세요?? "



2주 전에는 조금은 신기한 일이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렇지만 연하게 달라는 말은 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학교 시험과 입사 필기시험이 겹쳐 너무나도 정신없을 때라 많이 피곤했었다. 그래서 카페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번쩍 정신을 차리기 위해 연하게 달라는 말을 뺀 것이다.


그런데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생이 내게 "연하게 아니세요??"라고 되물었다.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한 곳이라 종업원 분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물음에 나는 "오늘은 그냥 주세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렇게 새까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나는 내 자리에 앉아 평소보다 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생은 한 달 전쯤 나에게 서비스로 케이크 한 조각을 준 분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똑같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음료를 받으러 픽업대에 갔는데 픽업대 위에는 초코시럽으로 단골손님 서비스라는 글자를 새긴 접시 위에 쇼콜라 케이크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조금은 놀란 표정과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웃으면서 접시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초콜릿 케이크보다 생크림 케이크를 더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날은 생크림 케이크가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쇼콜라 케이크가 맛있게 느껴졌다.


우리는 항상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은 특별한 하루가 되기를 바라면서 살아간다.


나에게는 쇼콜라 케이크를 받았던 날과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시는 나를 기억해줬던 저 날이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뜻밖의 기분 좋은 일은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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