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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by
임영재
Feb 16. 2020
최근 몇 달간 거의 매일 가는
카페
가 한 곳 있다.
그곳에서 나는 자기소개서도 쓰고 학교 시험공부도 하고 회사 입사를 위한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등 앞으로의 삶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간다.
이런 일들을 카페에서 하는 이유는 도서관의 갑갑함과 집에 있을 때의 나태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매일 가는 카페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혼자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 나 또한 눈치 보지 않고 할 일에만 몰두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가방을 챙겨 버스를
타고 카페로
향한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
나는 카페에 가면 매일 똑같은 메뉴를 주문한다.
언제나 그랬듯 아르바이트생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며 체크카드를 건넨다. 그리고 항상 연하게 달라는 말도 추가한다.
기본적으로 이곳의 커피에는 투샷이 들어가는데 쓴맛을 좋아하는 입맛은 아닌지라 조금이나마 편하게 커피를 마시기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 않는다. 수능이 끝난 겨울방학이 되어서야 카페에 처음 가본 나였지만 항상 카페에 갈 때는 주로 달달한 커피를 주문했었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의 지갑은 얇다. 단 돈 천 원도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기에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항상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항상 커피는 아이스로 주문한다. 뜨거운 커피는 몸이 풀리면서 긴장을 완화시키기에 카페에 온 내 목적 달성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연하게 아니세요?? "
2주 전에는 조금은 신기한 일이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그렇지만 연하게 달라는 말은 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라고 주문했다.
학교 시험과 입사 필기시험이 겹쳐 너무나도 정신없을 때라 많이 피곤했었다. 그래서 카페인의 힘을 빌려서라도 번쩍 정신을 차리기 위해 연하게 달라는 말을 뺀 것이다.
그런데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생이 내게 "연하게 아니세요??"라고 되물었다.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한 곳이라 종업원 분이 나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물음에 나는 "오늘은 그냥 주세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렇게 새까만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나는 내 자리에 앉아 평소보다 쓴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셨다.
그런데 자리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문을 받던 아르바이트생은 한 달 전쯤 나에게 서비스로 케이크 한 조각을 준 분이었다.
그날도 평소와 똑같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음료를 받으러 픽업대에 갔는데 픽업대 위에는 초코시럽으로 단골손님 서비스라는 글자를 새긴 접시 위에 쇼콜라 케이크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조금은 놀란 표정과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웃으면서 접시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초콜릿 케이크보다 생크림 케이크를 더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날은 생크림 케이크가 생각이 나지 않을 만큼 쇼콜라 케이크가 맛있게 느껴졌다.
우리는 항상
기분 좋은 일
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오늘 하루만큼은 조금은
특별한 하루
가 되기를 바라면서 살아간다.
나에게는 쇼콜라 케이크를 받았던 날과 아메리카노를 연하게 마시는 나를 기억해줬던 저 날이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주고 챙겨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뜻밖의 기분 좋은 일은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 작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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