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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몽 언니 Jul 12. 2024

[프롤로그] 매일 모으는 여자, 그 시작

시지프처럼, 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인가?

무거운 짐박스를 들고, 계단을 헉헉거리며

새벽을 또 넘긴다.


그러면서, 마치 내가 시지프의 신화에 나온 그...형벌을 수행 중인 시지프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지프의 형벌


시지프처럼, 난 형벌을 받고 있는 것인가?


이 질문은 나의 일상을 관통하는 깊은 화두이다.

매일 버리고 비우는 간결함을 원하면서도... 

결국은 다시 박스에 담아 이리저리 옮기는 이 행위를 반복하면서도 

내 살아생전 끝이 나지 않을 이 과정은, 

마치 신화 속 시지프가 매일같이 산을 오르며 바위를 굴리는 형벌과도 같게 느껴졌다. 

그의 형벌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노동이고, 나는 그와 닮아 있다고 느낀 것이다.


나는 

평일 아침이면 출근을 하고, 

주말 아침에도 어딘가 약속장소를 향해 집 밖을 나간다.

그리고, 귀가할땐 매일 무언가를 들고 들어온다. 

그것은 

물건일 때도 있고, 

기억일 때도 있으며, 

때로는 감정일 때도 있다. 


처음에는 그저 작은 성취들이라 생각 했지만, 

어느새 그것은 나의 공간과 삶에 아주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이는 물건들이 점점 늘어날수록, 

그것들을 느낄 때 마다 나는 점점 더 큰 피로와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버리지 못함과 모으는 행위가 

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영혼을 비워가는 것만 같다.


어쩌면 나의 이 행위는

나를 채우기 위한 갈망일지도 모른다. 

시지프가 바위를 굴리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했듯, 

나 역시 이 행위를 통해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시지프의 형벌이 아니라... 

나의 행위는 무언가 의미를 찾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이 행위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나는 모으는가? 무엇을 위해 모으는가? 

그리고 모은다는 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이러한 질문들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어쩌면 이 여정의 끝에서 나는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지프가 그랬듯, 나 역시 끝없는 반복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


이 프롤로그는 나의 여정의 시작이다.

 매일 모으는 여자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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