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전도사님 댁에서 그림을 배운다.
선생님이 시드니에서 올라오셔서 우리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전도사님은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해 주신다.
그렇게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밥을 먹으며 돈독한 정을 쌓아간다.
돌이켜보면, 이 모임 자체가 보통 인연이 아니다.
어느 영화에서 인연을 표현한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구에 가느다란 바늘을 세워 두고, 하늘에서 솜털을 떨어뜨려 그 솜털이 바늘 끝에 정확히 꽂힐 확률.
그것이 우리가 인연이 될 확률이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그렇게 따지면 내 곁에 있는 그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 중에, 우리는 어떻게든 연결되었고, 이렇게 한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함께 식사를 나누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전도사님의 음식에서 많은 걸 느낀다.
고향도, 엄마도, 감사함도.
이렇게 정성을 다해 음식을 차리는 일이 보통이 아님을 알기에, 늘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음식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와 배려가 담긴 마음이라는 걸 알기에.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만나지만, 그 시간이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 준다.
그림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밥을 통해 인연을 쌓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우연처럼 시작되었지만,
운명 같은 인연을 그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