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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3개월의 열정

by 램프지니

나는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다. 단, 3개월 동안만.

이 사실을 잘 알기에 마음이 급했다. 3개월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익히고 그림을 그려야 했다. 나는 자신 있었다. 시작하면 중간이 없는 무모한 사람이니까.


캔버스, 물감, 붓. 시작하자마자 장비부터 제대로 갖췄다. 뭐든 처음엔 장비빨이 중요하니까. 유튜브를 보고 따라 그렸고, 수업에서 배운 것을 다시 그렸다. 그렇게 자신감도 생기고 하루하루 그림을 쌓아갔다.


그림이 늘어날 때마다 친구들에게 자랑 아닌 자랑도 했다. 누구에게 선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참 대견했다. 그러다 결국 그림 한 점에 어설픈 사인을 넣어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몇 달이 지나갈 즈음, 선생님이 폭탄 발언을 했다.


“올해 말에 전시회를 하려고 해요.”


그 순간, 내 눈에 불이 붙었다. 목표가 생겼으니, 나는 또다시 몸을 불살라 그림을 그릴 것이었다.


전시회에 두 점을 출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간호사였고, 두 아이의 엄마였다. 집안일에, 일에, 거기에 그림까지.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

하지만 목표가 있기에 힘들어도 행복했다.


“전시회에 그림을 낸다고?”

사람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평범한 내가, 이제 막 그림을 시작한 내가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전시회 날.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축하해 주고, 칭찬해 주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그림을 잘 그렸든 못 그렸든, 중요한 건 내가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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