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당탕탕! 남편 사용 설명서 “

by 램프지니

‘우당탕탕.’

남편이 평소에 내는 기본 효과음이다. 조용히 다니는 법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조용히 다닐 수 없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반면 나는 소리에 예민하다. 필요 이상의 소음이 들리면 자연스럽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특히 히어로 영화를 볼 때 우리는 자주 대치한다.

“볼륨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원래 영화는 이렇게 봐야 제맛이지.”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이건 영화뿐만이 아니다. 남편은 문을 닫을 때도 ‘쿵’, 계단을 내려갈 때도 ‘우다다다.’ 굳이 보고 있지 않아도 상상이 그대로 간다. 마치 효과음이 내장된 캐릭터처럼, 그의 움직임에는 항상 소리가 따라다닌다.


쇼핑센터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남편을 찾기가 더 쉬워진다. 굳이 두리번거리며 찾을 필요도 없다. 남편은 독특한 기침 소리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 소리만 들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우리 아이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엄마, 아빠 저쪽에 있어요! “

누구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남편을 찾아낸다.


그런 남편이 오늘도 새벽같이 출근한다. 온갖 효과음을 기본 장착한 채, 경쾌하게 하루를 연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그의 ‘출근 사운드’를 들으며 생각한다.


‘조용히 좀 다닐 수 없을까?’


하지만 문이 닫히고,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면 이따금 허전한 기분이 든다. 아마도 그 우당탕탕한 소리들까지도 남편의 일부이고, 익숙해진 일상의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