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식물을 좋아했던 건 아니다. 시작은 그저 기념일을 소중히 여기는 남편이 사다 준 난(蘭)이었다. 금방 시들어버리는 꽃다발보다 오래도록 싱그러움을 간직하는 난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주는 타입이었다. 물을 주고 또 주고, 혹시 목마를까 싶어 또 한 번. 그러다 보니 난들은 하나둘 과습으로 죽어갔다.
힘 조절이 되지 않았다.
더 이상 난을 죽이고 싶지 않아 공부를 시작했다. 얼마나 물을 줘야 하는지, 빛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습도는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그렇게 하나씩 배워가다 보니 어느새 난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작은 성공에 신이 난 건 나보다 남편이었다. 그는 기념일마다 새로운 난을 선물하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선언했다.
“난은 이제 그만!”
하지만 식물의 세계는 생각보다 넓고 깊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몬스테라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몬스테라 알보, 알보 하프문, 무늬 몬스테라…
잎의 패턴이 신비롭고 오묘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이건 위험하다.”
나는 행동부터 하는 사람이다. 결국 망설임도 없이 희귀하고 값비싼 몬스테라를 들였다. 코로나 시절, 몬스테라 알보의 몸값이 꽤 높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제 난을 과습으로 죽이지 않을 정도로 나를 조절하는 경지에 올랐으니, 이 아이들도 잘 키울 자신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에 잎을 하나씩 내며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친구의 생일 선물로까지 분양을 보내게 되었다.
누군가 식물을 키울 때 살짝 무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나치게 애쓰지 않고, 힘을 빼야 오히려 더 잘 자란다고.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