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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준비 완료!”

by 램프지니

오랜만에 나간 교회. 예배가 끝난 후 여성 모임이 있다고 했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참석하게 되었다. 예상대로 기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자주 나가지 않는 탓에 어색했다.


“평소에 자신에게 어떻게 보상하나요?”


“펜을 종류별로 모아요.”

“가끔 작은 주얼리를 사요.”

“꽃을 보며 차를 마셔요.”


여러 대답이 이어졌다. 차례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원래도 낯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하는 데다, 하고 싶은 말들은 이미 다 나온 것 같았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것. 향수.


출근 전, 향수를 뿌리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된 기분이었다. 그냥 “향수를 사 모아요.”라고 말할 걸 그랬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저는 출근 전에 향수를 뿌려요. 그리고 ‘전투 준비 완료!’라는 마음으로 출근하죠!”


순간, 나조차도 웃음이 났다.


이제 향수병을 볼 때마다 그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아무렴 어때! 향수 한 방울이면 전투력 만렙. 오늘도 나는 향을 입고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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