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건강 경고장 #1 “

by 램프지니

그야말로 “내가 고자라니!” 와 같은 충격이었다.

우연히 받은 혈액검사, 이상소견이 있는지 며칠 후 병원에서 다시 오라는 연락이 왔다. 호주에서는 보통 GP(General Practitioner, 일반의)를 먼저 만나고, 필요하면 전문의를 소개받는 시스템이다. 암튼, 나이도 있고 하니 이 정도 연락은 예상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도 너무 높아요.”


의사가 모니터를 돌려 검사 결과를 보여줬다.

정상 수치는 2 이하인데 내 수치는 7.2.

그것도 Very High!!!


학교 성적이 ‘Very High’라면 박수라도 받을 텐데, 이건 아니다. 의사는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탄수화물을 줄이고, 살을 빼고,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순간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맘속으로 외쳤다.


’ 저… 52kg밖에 안 나가는데요?‘


하지만 의사는 이미 차트를 보며 다음 이야기를 준비 중이었다. 게다가 같은 교회를 다니는 집사님이라 괜히 더 조심스러웠다. 입 밖으로 불만을 꺼내지도 못하고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이건 다 남편 때문이야!”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에게 불똥이 튀었다. 평소에 먹는 걸 좋아하고, 같이 많이 먹는 건 더 좋아하는 남편. 오십이 넘은 내 나이도 한몫했겠지만,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습관처럼 뭔가를 집어 먹는 스스로에게 한마디 했다.


“이제 샐러드만 먹을 거야!”


그렇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운동은 자신 없으니 식단을 바꾸기로 했다.

샐러드를 도시락으로 준비하고 쓸데없는 간식거리는 멀리했다. 특히 좋아하는 빵, 떡 그리고 밥을 멀리해야만 했다. 삶은 달걀, 아보카도, 참치, 신선한 채소들… 그렇게 하루 한 끼는 무조건 건강식을 먹었다.


그리고 한 달 후—


몸이 가벼워졌다.

드라마틱한 변화까진 아니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웠다.


생각해 보면 이 일은 건강을 돌아보게 해 준 터닝포인트 가 됐다.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일, 그 시작은 작은 결심 하나에서 비롯된다는 걸 배웠다.

사람들은 보통 병원에서 “건강 경고장”을 받아야 결심을 한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스스로를 챙겨보려 한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한순간에 바뀌지 않아도, 한 걸음씩 건강한 방향으로 가보기로.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작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