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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by 램프지니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그중에서도 “고마워” 와 ”미안해”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깊은 힘을 가진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이 두 마디는 관계를 이어주고, 감정을 다듬어주며, 상처를 어루만지는 놀라운 마법과도 같다.

때로는 큰 싸움을 막아주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만든다.


결혼 초, 남편에게는 이 두 마디가 익숙하지 않았다.

알고는 있었겠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었다.

우리는 사랑했지만, 사랑만으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수는 없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건 때때로 낯설고, 어색한 순간들을 견뎌내야 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믿었다.

“고마워”와 “미안해”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 거라고.

그래서 매일 문자 끝에, 대화의 마지막에 습관처럼 그 말을 붙였다.


“오늘도 수고했어.”
“고마워.”
“미안해.”


처음엔 그저 내가 하는 말일 뿐이었다.

그가 바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도 천천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어색한 듯하지만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짧지만 진심이 담긴 말들로.


늦은 퇴근이 잦은 나를 대신하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표어가 떡하니 차동차키를 넣어두는 바구니 위에서 퇴근하는 그를 맞이한다. 음성지원이 안 돼서 아쉽긴 하지만…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도 그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해졌다.

하루라도 “고마워”가 빠지면 어딘가 허전했다.

바빠서든, 무심해서든 그 말이 빠질 때면 그는 반문했다.


“왜, 고마워라고 안 해줘?”


그만큼 듣고 싶었고, 이제는 문장 끝에 그 말이 당연히 채워져야 한다고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작은 약속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길들인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맞춰져 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더 깊어졌고, 더 단단해졌다.

이제는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순간들이 쌓여간다.

함께 울고, 함께 웃고, 함께 버텨온 세월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다.

사랑은 언젠가 처음의 강렬함을 잃는다.

하지만 그 사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고 단단한 정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정(情)도 사랑의 한 형태이고, 어쩌면 가장 오래 지속되는 사랑일지도 모른다.


돌아보면, 내가 지금의 나인 건 당신 덕분이다.

때로는 힘들었고, 때로는 흔들렸지만, 결국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서로에게 건넨 작은 말 한마디, 따뜻한 손길, 묵묵한 응원이 우리를 버티게 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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