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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경고장 #2 “

by 램프지니

한 달 동안의 피나는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동료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간헐적 단식 앱을 깔고, 샐러드를 질릴 때까지 먹었다.

소가 여물을 씹듯이, 씹고 또 씹으며 허기를 달랬다.

배고픔을 견디는 법도 배웠다.

커피는 무조건 블랙.

저녁은 대충 먹고, 물 한 잔으로 허한 속을 채웠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이 조금 지나 혈액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진실을 대면해야 하는 나는 의사 앞에 앉았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많이 노력하셨나 봐요?”

한숨 쉬며 대답했다. “해야죠”

“수치가 1이네요.”

“…네?”


한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중성지방 수치가 7.2에서 1로 떨어졌다.

정상 범위 안에 들어왔다.

그것도 고작 한 달 만에.


’ 검사가 잘못되었을까?‘ 하는 의심이 잠깐 스쳤다. ‘에이, 한 달 만에 이렇게 떨어지나?’ 싶기도 했지만, 다른 수치들이 비슷하게 나온 걸 보면, 이 결과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보다. 몸이 가벼워지고 피곤이 덜한 걸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동안의 노력이 스쳐 지나갔다.

간헐적 단식 앱에서 울리는 알람 소리,

병동에서 하는 cupbroad party에서 먹고 싶은 달달한 음식을 뒤로하고 문을 닫고 그냥 나왔던 날.

달콤한 디저트를 포기한 수많은 순간들.

소가 여물을 넘기듯 씹어 삼킨 그 많은 샐러드들.


이제야 실감이 났다.

해냈구나. 진짜로 해냈다.


중간이 없는 지랄 맞은 성격이 또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렇게 해서라도 결과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건강 경고에서 주의보쯤으로 완화된 것이다.


병원을 나서는 길, 그동안의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자랑스러움과 후련함, 그리고 묘한 허전함까지.

목표를 이루었으니 기뻐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 긴장감마저 익숙해져 버린 듯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잠시뿐.

배에서 신호가 왔다.

그래, 오늘은 탄수화물 파티다!.


고소한 버터 향이 퍼지는 바삭한 빵,

쫄깃한 면발이 살아있는 파스타,

거기에 디저트까지!

이 순간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즐길 자격이 있다.


하지만…


한 번 쭉 내려간 수치가

다시 원래대로 올라가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들 각자의 이유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사람은 건강을 위해, 또 어떤 사람은 외모 변화를 원해서, 다른 사람은 기분 전환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 더 나은 자신을 위해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다. 건강식을 먹고, 운동하며, 작은 유혹들을 이겨내며 당장의 변화가 크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


누군가 나에게 “나 살쪘지?”라고 묻는다면, 전부터 꼭 써먹어야지 하고 내 맘에 저장해 두었던 김창옥 강사님이 하신 말을 해주고 싶다. “지금이 딱 보기 좋아, 니 키에 이게 딱이야” 시크하지만 너무 근사한 말이지 않은가? 그 말 한마디로 다 보상받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내일의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게 분명하다. 그러니 지치지 말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격려하면 어떨까?


’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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