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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켜는 스위치“

by 램프지니 Mar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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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커피를 내리는 것이다. 습관처럼 커피를 마신다. 건강을 위해 공복에 물 한 잔을 마셔야 좋다고 하지만, 내 선택은 언제나 커피머신으로 직행!


쓴맛이 인생 같다. 처음엔 얼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 쓴맛이 주는 깊은 여운이 달콤하게 느껴진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나면 그때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는 것처럼.


“으엑!”

처음 블랙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다. “대체 왜 이런 걸 마셔?”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직 쓴맛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커피는 그저 이해할 수 없는 기호식품일 뿐이다.


쓴맛을 몰랐던 때가 좋았다고 말할 것이다. 우유를 듬뿍 넣은 라테처럼 부드럽기만 했던 시절이 그리워질 때가 온다. 쓰디쓴 커피가 달달하게 느껴질 때까지 셀 수 없이 수많은 잔들을 들이켰다. 그 커피를 다 모으면 수영장 하나쯤은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커피 맛을 잘 아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친구와 커피숍에 가면 그녀는 항상 커피 맛을 평가한다.

“음, 이 집 커피 괜찮네!”

“주인이 바뀌었나? 커피 맛이 달라진 것 같아.”


그에 비하면 나는 커피 맛을 논할 정도로 미식가는 아니다. 내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보다 더 본능적인 어떤 것. 커피 한 잔을 일단 마셔야 뇌가 깨어나고, 하루가 시작된다. 뇌를 켜는 스위치인 셈이다.


하지만 이 향긋한 한 잔이 내 앞에 오기까지, 커피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해 온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재배되지만, 대표적인 원산지는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브라질, 그리고 예멘 같은 곳이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의 쓴맛을 결정하는 건 원두의 종류와 로스팅 방식이다. 아라비카(Arabica) 원두는 부드럽고 산미가 있는 반면, 로부스타(Robusta) 원두는 강한 쓴맛과 높은 카페인 함량을 자랑한다. 깊고 묵직한 맛을 좋아한다면 다크 로스팅이, 원두 본연의 신맛과 향을 느끼고 싶다면 라이트 로스팅이 적당하다.


이처럼 커피 한 잔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어떤 원두를 선택하든, 어떤 방식으로 로스팅하든, 커피는 결국 쓴맛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쓴맛을 좋아하게 될 무렵, 인생이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오늘도 에스프레소를 적당히 식혀 완샷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쓴맛을 견디는 법을 알게 된 것처럼.

입 안에 퍼지는 묵직한 풍미처럼,

내 인생도 그렇게 천천히 깊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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