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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Mar 16. 2018

친구 3

잊고싶은 이야기와 잊어버린 친구들 3



이야기 넷


학교에서는 늘 불량 식품을 사먹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불량 식품 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지금은 모든 것이 위생적이고 또 분식센터에 가면 종류별로 대부분 먹을거리가 있기 때문에 한 곳에서 다 해결할 수가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가장 맛있었던 불량 식품은 해삼이다. 교문을 나서면 리어커가 있다. 리어커 위에는 사과 상자를 이어붙인 거친 나무판이 올려져 있고 거기에 손가락 굵기만한 해삼들이 발갛게 녹슨 옷핀에 나란히 꽃혀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사실 해삼은 불량 식품이 아닌데 위생 상태가 엉망이었기 때문에 불량 식품으로 분류됐던 것이다. 그다지 싱싱하지도 않던 해삼을 옷핀으로 콕 찔러서 매콤달콤한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은 말로 설명이 안된다. 그 속에는 바다가 숨쉬고 있고 독특한 향의  갯내음이 살고 또 인어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하지만 불량 식품일지라도 값이 제법  비싸서 자주 사먹지는 못했다.

어째 중국 사진같아서...

불량 식품은 음료수도 있다. 문방구 안에는 커다란 대야가 하나 있고 그 대야에는 물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그 물 속에 냉장(?) 보관된 음료수가 있다. 삼각형 비닐봉지로 만들어진 오렌지 맛 주황색 청량음료다. 통통하게 만들어진 삼각형 비닐봉지 속의 음료를 바늘로 콕 찔러 짜서 마시는 것이다. 가끔은 그것으로 물총놀이를 하기도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속에는 깨끗하지 않은 물과 사카린, 그리고 주황색 색소가 든 것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얘는 기럭지가 비정상적으로 길다. 아마도 사진을 잡아늘린 듯.

요즘 어쩌다 '미에로 어쩌구 저쩌구'라는 여성용 다이어트 음료라나 뭐라나 그런 것을 마셔보는 경우가 있다.  딱 그맛이다. '미에로 어쩌구 저쩌구'를 마실 때마다 초등학교 때 마시던 그 불량 음료수가 문득 문득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위생 상태가 형편없는 해삼이나 대장균이 득실거리는 봉지 쥬스를 먹어도 배탈이 안나던 그 당시는 나름 그것을 견디는 항균력이 있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불량 식품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으나 하나 재미있는 것은 사이다를 꼽을 수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별이 일곱 개 달린 사이다가 대세여서 잘 못 봤는데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는 자주 봤다. 이른바 '막사이다'라는 것이다. '막사이다'라는 것은 소주병에 사카린 물을 넣고 탄산가스를 넣어 만든 이른바 짝퉁 사이다이다. 이 사이다는 주로 소풍 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것을 가지고 왔다. 과도하게 주입한 탄산가스 때문에 아주 강렬하게 톡 쏘는 맛과 동시에 달달하지만 어딘가 사카린의 불편한 씁쓸함이 공존하는 음료수이다. 가격은 아마도 일곱 개 별 사이다의 반 값 정도가 아니었나 기억된다.

사키린을 밀수하다가 걸리신 분. 지금 잡아떼는 중. 이 사키린 밀수사건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모씨가 정치자금을 만들려고 사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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