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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Apr 01. 2018

가난한 사랑


다락방에 사는 콩 / 김선호


1.

조금 덜 찬 보름달이 어쩌다 어지럽게 지나는 구름을 잡고 하소연 할 때 우리는 자신의 자기장을 갖고 극과 극으로 살아간다 그 속에서 강물에 반사된 서로를 끌어 당기고 또 밀어내기도 한다 또 LED 전광판에 노출된 가슴은  바글바글 끓기도 하고 얼음장 보다 차가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때로 사람들의 초롱한 눈빛은 그리운 별빛 보다 빛이 났다가도 한 때 찬란했던 폭죽으로 순간 반짝이다가 슬프게  멀어져 간다 그게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은 시간이 한참 뒤에 가르쳐 준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열정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가끔 줄자를 꺼내 그 길이를 재보는 지도 모른다


2.

다락방에 사는 지식의 검은 콩들이 폐병에 걸려있다 콜록거리며 페이지를 넘기는 지식은 자주 삶의 착각을 일으킨다 한편으로 무식한 신념은 분명 가장 무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 지식의 존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사랑하는 지식이 무식의 근본에서 자라난 것이라면 또 어떤 존재와 의미를 갖는 것일까 여섯살 아이와 육십살 어른이 아는 지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들이 말하는 사랑과 지식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지식은 어쩌면 지극히 순수하지 않을 수 있다


3.

구석방에서 새 나오는 빛과 목욕탕 욕조에 낀 물때의 색은 얼마나 빨리 시간을 타고 달리고 있는 지 모른다 이기적인 빛도 빨리 달리고 있지만 지금은 부지깽이를 꼽아도 싹이 돋는다는 절기일 것이다 싹 돋고 꽃 핀 나무의 씨방에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오늘은 무술의 새봄 얼음 녹은 계곡물 소리가 바람을 물고 달린다 치매에 걸린 바람처럼 꼭 만나야 할 사람도 꼭 가야 할 곳도 딱히 없는 내일이 오기 전에 그냥 한 없이 사랑하면 좋은 것 아닌가 싶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랑은 언제나 가난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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