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소피아 성당 앞 동로마 시대의 전차 경기장 자리>
ㅡ대항해시대의 여명ㅡ
기록에 따르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고 나서 술탄 메흐메드 2세는 전사들에게 사흘 동안 노략질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제로 노략질할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콘스탄티노플의 지배층 다수는 뇌물을 주고 외국으로 탈출했고 서민들은 잡혀서 노예로 팔렸기 때문에 패망 후 오히려 죽은 자가 적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아무튼 돈이면 귀신도 부리는 모양이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1453년 오스만튀르크는 수도를 에디르네에서 콘스탄티노플로 옮기고 이스탄불로 명칭을 바꾼다. 또 6세기에 지어진 아야 소피아(Ayasofya) 성당은 모스크로 개조하여 내부를 회로 덧칠하고 아랍 문양을 입힌다. 덧칠을 한 아랍식 문양과 아랍어 칼리그래피 역시 나름 장식성이 뛰어나기는 하다. 그리고 술탄 혼자서만 기도하는 모스크로 만들었다.
지금은 터키 정부에서 그 회칠을 벗겨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벗겨낸 자리마다 소피아 성당의 화려했던 벽화와 모자이크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소피아 성당 맞은편에는 17세기 초에 지어진 술탄 아흐메드 자미(Sultan Ahmet Camii)가 있다. 이것은 내부의 푸른색 타일 때문에 블루모스크라고도 불린다. 이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성당은 명실상부한 이스탄불의 상징이라고 하겠다.
나는 이스탄불 구 시가지에서는 5일간 에어비엔비를 얻었는데 어쩌다가 소발에 쥐 잡는다고 바로 블루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성당 사이에 있는 집을 얻어서 밤낮으로 아주 쉽게 앞집과 뒷집이 모스크와 성당이 되는 행운도 누렸다. 그리고 그 사이를 아침저녁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즉석에서 짜주는 석류주스를 실컷 마시기도 했다. 별로 예뻐질 구석도 없는데...
또 갈라타 탑 바로 앞 호텔에도 묵어서 갈라타 지역 낮과 밤의 정서를 만끽하기도 했다.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것은 동로마가 완전히 멸망함을 의미한다. 또 이스탄불로 바뀐 것은 기독교 국가에서 이슬람 국가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쟁의 개념이 바뀐 것이기도 하다. 종전의 전투와 달리 화약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지중해와 에게해, 흑해를 잇는 동서양의 최단거리 해상 무역로는 완전 차단되어 버리는 결과가 됐다. 따라서 한동안은 유럽과 동양의 교역은 대폭 줄어들게 되고 유럽은 마침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아시아로 출발하는 새로운 길을 찾는다. 이로 인해 드디어 콜럼버스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첫발을 내딛는 대항해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즉 길을 막으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리고 세계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또 다른 국면의 전환기를 맞으며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패권의 시대를 열어간다.
역사적 사건 하나는 단지 그 하나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또 다른 역사의 장을 열어가는 실마리가 되거나 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