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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Jun 13. 2018

강경역 개 짖는 소리


강경역 개짖는 소리 / 김선호


모내기 끝낸 물 담은 논에서

개구리가 점박이 복어 닮은 소리로 울어대면

미루나무 그림자는 우물 앞 또랑을 건너온다

시커먼 비닐봉지 닮은 까마귀가

시도 때도 없이 청승 떨며 울어대는 울음은

진흙이 튀어앉은 미닫이문 넘어오지 못한다

그 집 누이는 예뻤거든

그런데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능선에서

맛도 없는 삘기를 뽑아먹던 놈들은

왜 머리를 빡빡 밀고 다녔을까

능선 끝자락 울타리가 비스듬한 집

관상쟁이 나씨는 진짜 관상이나 볼 줄 아는 걸까

성질은 고약하다고 소문이 났던데


미나리꽝에 사는 봄 햇살은

꼬물꼬물 거머리를 먹여살리고

미나리는 가끔

살랑거리는 가는 허리를 묶고 장에 나간다

먼지가 풀풀 나는 신작로에는

흙가루 뒤집어쓴 민들레가

짜증스레 길옆으로 비켜서 눈감고 있지만

어제 밤 늦게

언놈 눈맞아 달아난 순자엄마는 봤다고 한다

은행나무 아래 점방집 누렁이도

보기는 봤지만

아는 처지에 짖지도 못하고

모르는 척 엎드려 있었다네

성질 고약한 순자엄마가 솥 걸고

몽둥이 들고 달려들면

아주 해볼 길이 없어서 그랬다나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봄바람은

아릴 것도 쓰릴 것도 걸릴 것도 없이 지나가지만

어둑한 송림 아래에는

샛강에서 멱감다 죽은 아이가 묻혀

솔잎은 늘 우울한 노래를 부른다

샛강 자맥질은 꽤 비싼 품삯을 받는데

때로는 아이들을 데려가기 때문

그래서 송림 속 오솔길 지날 때

아이가 부르는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따라오는 지도 모른다

금강 언저리 살다가

물 탁한 샛강으로 이사 온 미내다리

흔해빠진 개망초와 마른 갈대 사이에서

장마 질 때 빼고는 강물에 발도 못 담그지만

강경역 건너편 개 짖는 소리 듣고

누네집 막내가 돌아왔는 지

어쩌면 알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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