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역 개짖는 소리 / 김선호
모내기 끝낸 물 담은 논에서
개구리가 점박이 복어 닮은 소리로 울어대면
미루나무 그림자는 우물 앞 또랑을 건너온다
시커먼 비닐봉지 닮은 까마귀가
시도 때도 없이 청승 떨며 울어대는 울음은
진흙이 튀어앉은 미닫이문 넘어오지 못한다
그 집 누이는 예뻤거든
그런데 마을 입구로 들어오는 능선에서
맛도 없는 삘기를 뽑아먹던 놈들은
왜 머리를 빡빡 밀고 다녔을까
능선 끝자락 울타리가 비스듬한 집
관상쟁이 나씨는 진짜 관상이나 볼 줄 아는 걸까
성질은 고약하다고 소문이 났던데
미나리꽝에 사는 봄 햇살은
꼬물꼬물 거머리를 먹여살리고
미나리는 가끔
살랑거리는 가는 허리를 묶고 장에 나간다
먼지가 풀풀 나는 신작로에는
흙가루 뒤집어쓴 민들레가
짜증스레 길옆으로 비켜서 눈감고 있지만
어제 밤 늦게
언놈 눈맞아 달아난 순자엄마는 봤다고 한다
은행나무 아래 점방집 누렁이도
보기는 봤지만
아는 처지에 짖지도 못하고
모르는 척 엎드려 있었다네
성질 고약한 순자엄마가 솥 걸고
몽둥이 들고 달려들면
아주 해볼 길이 없어서 그랬다나
탱자나무 울타리 사이로
봄바람은
아릴 것도 쓰릴 것도 걸릴 것도 없이 지나가지만
어둑한 송림 아래에는
샛강에서 멱감다 죽은 아이가 묻혀
솔잎은 늘 우울한 노래를 부른다
샛강 자맥질은 꽤 비싼 품삯을 받는데
때로는 아이들을 데려가기 때문
그래서 송림 속 오솔길 지날 때
아이가 부르는 서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따라오는 지도 모른다
금강 언저리 살다가
물 탁한 샛강으로 이사 온 미내다리
흔해빠진 개망초와 마른 갈대 사이에서
장마 질 때 빼고는 강물에 발도 못 담그지만
강경역 건너편 개 짖는 소리 듣고
누네집 막내가 돌아왔는 지
어쩌면 알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