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 구름을 입히다 / 김선호
등나무들이 팔 다리 서로 감고 있다
땀은 흘리나
비벼대고 난리 떠는 그늘 지나면
더위먹은 새는 날지도 않고
밀린 이자 계산만 하고 있다
겨드랑이에 담으려나
다리 부러진 벤치 끼고 돌아 큰길로 나서면
노견도 없는데 잡풀들이 비집고 들어온다고
지나는 발자국마다 투덜거리네
발자국은 나이를 세면서
노견이 뭐냐고 지나는 개가 묻는다
늙은 개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고
길어깨라니까
길 어깨는 너무 무겁고 걷기 힘들다
오십견이 걸린 길은 아이스커피를 달란다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은 해준 적이 있나
그건 길가장자리
길섶이라고 하는거야
노견하고 길어깨는 냉수나 한 잔 마셔
아니 냉커피를 줄까
냉커피와 아이스커피는 뭐가 다르지?
자꾸 물어보면 솥을 걸지도 몰라
콧구멍이 까맣게 된 강아지가
큰길로 나오면
시커먼 먼지들은 여전히
살랑살랑 흔드는 꼬랑지와 놀고
도깨비 마스크를 쓴 언니들은
이리저리 손을 휘저으며
발걸음으로 강변의 길이를 잰다
하얀 줄 따라 귓속에는 사람이 살고
강물은 말이 없다
바람은 휘휘 나무가지를 희롱하고
어둠과 사돈의 팔촌이 되는 것은
멀리서 다가오는 습한 장마구름
여름은 그렇게 스물스물
귀신처럼 다가와 등 뒤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