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2 / 김선호
잎 다 떨어져 빈 나무
버성긴 사이사이로
겨울새 다급히 울어대고
흰 눈 푹푹 쌓인다
정맥이 팔딱팔딱 뛰는 손등 위
하늘의 별도 사라지고
오늘은 또 어제가 되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꽃살림 나서 사내는 떠나고
신발 탈탈 털고 들어와 앉은 여자
이 빠진 술잔 마주앉아
문 닫고 푹푹 울고 있다
사람 그리워하는 건
가슴에 돌 하나 올려놓고 사는 것
내상 입고 지나간 사랑은
주인 떠나 식어버린 커피같은 것
지나던 바람
창호지 아래 서서 붕붕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