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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Dec 07. 2018

꽃다방 미스김


꽃다방 미스김

꽃다방 미스김은 유난히 키가 작아. 껌을 짝짝 씹는 폼이 예사롭지 않은데 아마 전국 개껌씹기대회에 나가서 은상 정도는 받은듯 해. 다리가 굵어서 덜 굵게 보일라구 맨날 검정스타킹을 신는데도 뭐 두께는 별차이가 안나는게 좀 안쓰럽기도 해. 다리가 굵으면 안타깝게도 길이도 짧더라구. 족히 10센티는 넘어보이는 킬힐이라는 걸 신는데 옆에 통나무가 보이는 킬힐이고 그걸 웨지힐이라고 그런대. 하지만 걸을 때 참 불안해 보여서 보는 사람을 오히려  킬하는 것같아. 앞으로 삐져나온 발톱에는 빨간 메니큐어를 발랐더라구.
머리는 노랗게 물을 들였는데 밑에 까만 제 머리가 나니까 이층이 되서 좀 이상하기도 해. 미스김은 그 머리를 둘둘 말아올려서 젓가락 같은 머리핀으로 길쭉하게 폭 꽂아놓는데 신기하게도 그게 안빠지더라구.
그래도 손님한테는 참  살가워.
미스김네 집은 강원도 영월인데 이남삼녀중에 4녀라지 아마. 그렇게 밑이 찢어지게 가난한 집은 아닌데 학교는 중학교 밖에 못나왔어. 원래부터 공부하고는 무슨 철천지 원수가 졌는지 담쌓고 살아왔다더군. 게다가 공부하기 싫다니까 부모들이 집안 일이나 시키고 학교를 안보냈대. 열일곱에 가방들고 서울로 와버렸다는데 아마 친구든지 아는 언니집에 한동안 얹혀살았던 것같아. 누구 말로는 서울올 때 어떤 시러배아들놈이 꼬셔서 따라왔다가 얼마 안가서 헤어졌다고도 하는데 잘 모르겠어. 가끔 일 끝나서 소주 한잔 하고 취하면 개새끼 소새끼 하면서 그 놈 얘기를 한다고 해. 그래도 해맑은 웃음이 항상 예뻐서 미스김이 타주는 커피 두 수저, 프림 두 수저, 설탕 세 수저 넣은 진한 커피는 나름 맛이 괜찮아. 그런데 다방 커피 다 그렇듯이 잔이 납짝하고 낮아서 두모금만 마시면 끝이야.  그렇다고 리필되는 것도 아니고.
길건너 복덕방 박씨는 미스김 손잡아 보려고 매일 꽃다방 출근 도장 찍고,손금을 봐준다고 주물떡 주물떡 손을 만지면서 이런 수작 저런 수작을 벌여보는데 별반 먹히지는 않는가봐.
 두집 건너 세탁소 장씨는 미스김한테 껄떡대다가 마누라한테 걸려서 난리굿을 한번 치렀지. 마누라가 그랬대. "썪을 인간아! 잠자리에 물건도 제대로 못세우는 주제에 다리미로 바지 줄이나 잘 세울 것이지 딴짓은 무신 딴짓이냐"  고.
미스김은 오늘도 검정스타킹 신고 출근했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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