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그림자 / 김선호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변소간 화장지를 몇칸 뜯어서 써야 치솔들과 비누들이 하얗게 웃으며 좋아할까
때가 낀 세면대 옆구리에 여름 어느날 손바닥에 맞아죽은 모기의 영혼이 물방울 속에 갇혀 있고
또 물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있다
그럼 변기에 앉을 때 좌표를 지도에 남겨둬야지
하지만 좌표가 틀렸으니 문 열고 나가보자
소란스러운 시내에는 가지않을 것
밟혀서 고통받는 그림자들이 백화점의 불빛을 들여다 보고 있다
새로 개발된 코발트 빛 LED는 흰 빛 LED를 거느리고 소나무를 밤마다 전기 고문하면서
심장마비로 죽기 전에 보험이나 하나 들어달라고 속삭인다
밤이 어두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가슴이 흙 한줌 담을 수 없이 찢어진 시커먼 비닐봉지가 되어있다
먼지도 묻어 있고
갑자기 생각 속에서 너를 쳐다봤는데
네 얼굴의 1/3 쯤은 화장품이고
1/3 쯤은 성형외과 광고판이고
3/3 쯤은 늘 그대로야
그런데 2/3는 왜 남는거지?
임대료를 못내서 내쫒긴 연락처는
아무런 이야기도 남기지 못하고
연락이 끊긴 손톱은 초승달 아래 숨고
힘빠져 축 늘어진 중국산 김치를
짝짝이 젖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뒤적 거리고 있는데
메리 크리스마스 그림자 다가와
내 발 아래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린다
그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