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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Dec 24. 2018

크리스마스 그림자


 크리스마스 그림자 / 김선호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변소간 화장지를 몇칸 뜯어서 써야 치솔들과 비누들이 하얗게 웃으며 좋아할까

 때가 낀 세면대 옆구리에 여름 어느날 손바닥에 맞아죽은 모기의 영혼이 물방울 속에 갇혀 있고

또  물방울이 여기저기 튀어 있다

그럼 변기에 앉을 때 좌표를 지도에 남겨둬야지

하지만 좌표가 틀렸으니 문 열고 나가보자


소란스러운 시내에는 가지않을 것

밟혀서 고통받는 그림자들이 백화점의 불빛을 들여다 보고 있다

새로 개발된 코발트 빛 LED는 흰 빛 LED를 거느리고 소나무를 밤마다 전기 고문하면서

심장마비로 죽기 전에 보험이나 하나 들어달라고 속삭인다


밤이 어두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가슴이 흙 한줌 담을 수 없이 찢어진 시커먼 비닐봉지가 되어있다

먼지도 묻어 있고

갑자기 생각 속에서 너를 쳐다봤는데

네 얼굴의 1/3 쯤은 화장품이고

1/3 쯤은 성형외과 광고판이고

3/3 쯤은 늘 그대로야

그런데 2/3는 왜 남는거지?


임대료를 못내서 내쫒긴 연락처는

아무런 이야기도 남기지 못하고

연락이 끊긴 손톱은 초승달 아래 숨고

힘빠져 축 늘어진 중국산 김치를

짝짝이 젖가락으로

이리저리 뒤적뒤적 거리고 있는데

메리 크리스마스 그림자 다가와

내 발 아래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린다


그래서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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